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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같은 아침 저녁 날씨 왜 … 알고 보니 ‘일교차의 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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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오후 9시30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시민들이 잔디광장 트랙을 따라 걷기를 하며 시원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주부 이모(52)씨는 “낮에는 더위에 지쳐 움직이기도 귀찮지만 밤에는 가을처럼 선선해 매일 공원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널뛰기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한낮엔 30도가 넘는 무더위, 아침·저녁엔 10~13도가 뚝 떨어지는 두 얼굴의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동해안에는 저온현상도 보인다. 27일 강릉의 최저기온은 16.8도, 최고기온도 22.7도에 머물렀다. 평년보다 2~3도 낮았고, 일교차도 크지 않았다.

 왜 이런 변칙 날씨가 기세를 부릴까. 기상전문가들은 중부지방 가뭄이나 기온의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뿌리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다. 한반도 북동쪽에서 나타나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올해는 유난히 세력을 키워 한반도를 계속 뒤덮고 있다. 고기압의 맑은 날씨 속에 강한 햇빛이 낮기온을 끌어올리지만 해가 지면 선선해진다는 설명이다.

 낮기온이 치솟는 데는 푄 현상도 거든다. 동해 쪽에서 처음 불어오는 바람은 차고 습하지만, 태백산맥 너머 서쪽지방에 이르면 고온건조해진다. 대신 습도가 낮아 그늘로 들어가면 한낮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장마 다음에 오는 무더위와는 달리 맑고 건조하다 보니 밤 사이 열기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복사냉각도 활발해 열대야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상청 이우진 예보국장은 “가뭄도 오호츠크해 고기압 탓”이라며 “시냇물의 돌맹이가 물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기압골이 오호츠크해 고기압에 막혀 한반도 북쪽 만주지방이나 남쪽 제주도로 비켜가는 바람에 중부지방엔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봄 서울에서 황사가 관측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장마전선 북상도 막았다.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부딪쳐 서로 밀고 당길 때 장마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내린다. 그런데 오호츠크해 고기압 세력이 강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지 못한 것이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극지기후연구부장은 “올봄 시베리아와 티베트의 눈이 일찍 녹으면서 대륙이 데워져 저기압이 발달했고, 저기압에서 상승한 공기가 하강하면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발달했다”며 “이런 현상들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력한 오호츠크해 고기압도 28일부터는 당분간 동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북서쪽에서 상층 기압골이 밀고 들어오고, 제주도 남쪽으로 물러나 있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협공’을 벌인 때문이다.

 기상청 김영화 예보분석관은 “장마전선이 29일 북상하면서 제주·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밤에는 전국으로 비가 확대되겠다”며 “30일 중부지방에는 시간당 30㎜의 강한 비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경기·강원영서·충남서해안에는 20~70㎜(많은 곳 120㎜ 이상)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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