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외국기업들 "길게 보고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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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을 모르는 투자〓BMW코리아(http://www.bmw.co.kr)는 경기 불황으로 일부 경쟁회사들이 전시장을 철수할 때 오히려 전시장과 정비센터를 늘렸다.

1996년 23개였던 전시장과 정비센터를 꾸준히 늘려 지금은 33개가 됐다. 98년엔 판매대행회사인 코오롱모터스가 자금난을 겪자 연 5%의 낮은 금리로 2천만 달러를 빌려주기도 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판매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썼던 것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판매가 급증했다. 98년 3백20대에서 지난해 1천6백50대로 판매대수가 껑충 뛰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도 40%에 육박할 기세다.

BMW코리아의 김효준 사장은 "단기 이익을 내기보다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선두를 지킨다는 목표에 따라 투자를 늘려왔다" 며 "판매호조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백억원에 달했다" 고 말했다.

할인점 까르푸(http://www.carrefour.com)는 적기에 과감히 투자해 큰 성과를 냈다. 96년 국내에 진출한 후 5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20개 매장을 갖춘 까르푸는 국내 할인점 이마트와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 6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서울 강남 젊은층 공략〓한국애보트(http://www.abbott.co.kr)의 씨밀락 분유는 96년 말 국내시장에 들어와 서울 강남의 젊은 주부층을 공략했다. 강남지역의 백화점과 할인점에 유통망을 집중적으로 깔았다.

육아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마더스 클럽' 홍보물을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에 배포했다. 회원 6만명 중 절반은 강남의 초보주부들이었다.

이들 사이에 입으로 전해지면서 광고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가격은 국산보다 비싼 데도 잘 팔렸다. 전국적으로 점유율이 8%에 달하고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12%나 된다.

한국애보트 관계자는 "주부들이 출산 직후 병원에서 먹인 국산 분유를 계속 먹이는 경향이 있어 시장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씨밀락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른 것" 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담배회사인 BAT코리아의 던힐 라이트는 지난 한햇동안 판매량이 네배 가량 늘었다. 한국담배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 담배 마일드 세븐을 제치고 외국산 담배시장에서 판매량 선두를 차지했다.

세련된 포장과 순한 맛이 시울 강남지역의 젊은 여성흡연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이 요인이다. 특히 서울 강남 일대의 카페와 술집 등에 던힐 라이트를 빠짐없이 공급했다.

또 기성세대들이 보는 잡지보다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패션잡지에 광고를 집중했다. 깔끔한 우유빛 반투명지에 던힐 라이트의 외관을 선명하게 인쇄한 잡지광고도 젊은 소비자층의 눈길을 끌었다.

서익재 기자 i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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