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국야구 '집안부터 추스려라'

중앙일보

입력

국내 아마선수에 대한 무차별적인 스카우트를 막는다며 MLBI를 방문했던 KBO의 협상단이 소기의 성과도 없이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KBO의 꿈은 한낮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도미니카, 푸에르트리코등 중남미 국가에서의 스카우트로도 선수수급을 원활히 하지 못 한 메이저리그는, 노모 히데오(보스턴 레드삭스), 박찬호로 대표되는 아시아 선수들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는 상황.

기본기부터 가르쳐야하는 중남미계 선수에 비해 철저한 기본기와 고등교육을 받은 아시아계 선수들이 보다 효과적이며, 의사소통의 핵심인 영어를 익히는데도 수월하다는 평가다. 이런 좋은 시장을 그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포기할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KBO는 별다른 대안없이 '국내야구발전을 위하여'라는 터무니 없는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가, 입맛만 다시고 돌아왔다.

미국측 대표인 폴 아치는 협상단의 요구를 한 마디로 일축했다. 그의 거부는 얼마전 국내 프로야구 선수협이 내세웠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가 내세운 한마디는 '직업 선택의 자유'였다.

그런데 왜 메이저리그 팀들은 기본기가 무르익은 프로 선수들을 외면한채, 아마 선수들만을 집중적으로 영입하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야구 풍토의 치명적인 병폐와도 관련이 있다.

첫째, 이미 미국의 스카우트들은 한국 야구의 선수 혹사 매카니즘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지목하는 시기는 고등학교 2, 3학년이다.

각종 대회에 시달려 학교의 명예와 감독의 명예, 실력이 부족한 동급생을 대학에 팩키지로 데려가야 하는 짐을 짊어진 선수는 무리한 등판에 선수 생명을 저당 잡힌다.

이미 프로에 진출할때가 되면 망가질대로 망가져, 한 동안 재활 훈련을 받아야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가 있다. 대학 역시 다르지 않다. 스카우트들은 대학을 고등학교의 연장으로 본다. 미국진출 선수들이 대졸보다 고졸이나 대학 중퇴가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망가진 선수들을 데려갈 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둘째, 말 뿐인 자유계약선수 제도다.

현행제도는 한시즌 1군 등록일수가 150일 이상이거나 전경기의 3분의 2이상 출전한 시즌이 10시즌 이상일 때를 말하고 있다. 또한 해외 진출 가능한 시점 역시, 같은 기준의 7시즌이 지나야 한다.

군면제를 받지 못한 선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살이 넘어야 자유계약을 얻을 수 있고, 27살이 되야 해외에 진출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선수 보다는 대학졸업 선수들이 많은 지금의 상황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30살을 넘기지 않을 선수는 드물다. 또한 국내 프로야구에서역시 무차별적인 선수기용으로 혹사가 만만치 않다.

나이가 많고 혹사도 의심가는 선수는 절대 데려가지 않는다.

셋째, 국내에 머물 명분도 실리도 아마선수들이 찾기가 어렵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인들의 꿈이다. 그 곳에서 자신을 원한다는데, 마다할 선수가 과연 몇 이나 되겠는가. 그들은 엄청난 액수의 계약금으로 선수들을 유혹해 온다. 하지만 이것보다 선수들을 솔깃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다.

'만일 박찬호가 국내 팀에 계약금 3천만원에 입단했다면'이라는 가정은 빈번히 나온 얘기다. 아마도 컨트롤이 나쁜 강속구 투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는 어려웠다는 중론이다.

이렇듯 자신을 성장시킬 가능성을 어린 선수들도 찾아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너무도 시끄러운 야구계 역시 선수들의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있다.

선수들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가는 프로야구계에, 외국에 나갈 능력이 되는 선수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들만의 야무진 꿈에 불과하다.

이렇듯 국내야구계의 문제점은 한 가지도 해결하지 못한 채, 외국의 이해만을 바란다는 것부터가, 한국야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최대의 병폐일것이다.

집안부터 제대로 추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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