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방화 피해자 “내 차 불탄 건 화물연대 탈퇴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차가 불탄 것은 화물연대를 탈퇴한 것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26일 울산의 한 화물차량 차고지에서 만난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차량은 24일 새벽 울산에서 14대의 화물차가 불탈 때 전소됐다. A씨는 얼마 전 화물연대를 탈퇴했다. 화물연대가 소속이 아닌 기사들에게 파업 참여 관련 험담을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했다. 그는 “정황상 이번 화물차량 연쇄방화는 화물연대와 관련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차량만 불탔고 ▶평소 폐쇄회로TV(CCTV) 위치를 잘 알고 있는 점 ▶가장 구석에 있던 차에 불을 지른 점 등을 제시했다. A씨는 “같이 일하다 보니 서로 차량 번호와 주차 장소를 대부분 알고 있다. 단순 방화범이라면 어떻게 비회원 차량만 골라 방화를 했겠느냐”고 했다. 경찰은 이날 용의차량 차주들의 행적 일부를 확인해 울산 차량 번호를 단 차량을 용의선상에서 배제했다.

 이 차량의 차주는 해외에 머물면서 차량 명의만 갖고 있었고 차량은 울산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친척이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사건 당일 새벽 대리운전 영업에 이 차량이 쓰였다는 뜻이다. 부산 차량 번호를 단 차량의 차주는 부산지역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사건 당일 차주의 행적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부산 차량 번호를 단 차량의 차주를 찾고 있다. 한편 경북 경주 화재 현장 부근에서 확보한 젊은 남성 2명의 얼굴이 흐릿하게 찍힌 CCTV 영상을 분석하며 방화범을 쫓고 있다.

 경찰은 또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전국에서 비조합원 폭행 2건, 운행 방해 4건, 경찰 폭행 2건, 차량 파손 2건 등 총 20건의 불법행위를 파악하고 관련 피의자 15명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 노조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운전자를 폭행하고 차량을 부수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며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