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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73년 여정 끝낸 추억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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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운전 중인 열차가 교행역 선로에 잠시 멈춰서 있다.

강원도 삼척 도계역을 서서히 출발한 열차는 2분 만에 갈림길에 들어섰다. 오른쪽은 나한정역을 거쳐 통리역으로 가는 철로다. 왼쪽 철로로 접어든 열차는 곧바로 터널에 진입했다. 열차는 오른쪽으로 약간 굽은 오르막 철로를 시속 70㎞의 속도로 달렸다. 열차는 교행역(마주 오는 기차가 지나갈 때 기다리는 역)을 지나고도 한참 더 달려 터널에 들어선 지 17분이 지나서야 터널 밖으로 나왔고, 다시 1분 후 동백산역에 도착했다. 도계역을 출발한 지 20분 만이다.

 영동선 동백산역과 도계역 사이에 새 철로가 개설돼 27일 개통된다. 철로 이설공사를 시작한 지 13년 만이다. 이 구간은 표고 차가 커 1950년대 와이어로 열차(화차)를 끌어 올리는 장치인 ‘인클라인’이 있었다.

또 26일까지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진행하는 스위치백(switch back) 방식으로 열차가 운행했다.

27일 동백산역~도계역 새 철로가 개통함으로써 폐쇄되는 스위치백 구간. [연합뉴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열차의 안전 운행과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비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99년 철도 이설공사를 시작했다. 공사에는 5368억원이 들었다.

 새 철로 17.8㎞의 대부분은 연화산 밑을 지나가는 솔안터널 구간이 차지하고 있다. 이 터널 길이는 16.24㎞로 경부고속철도 금정터널(20.3㎞)에 이어 국내에서 둘째로 길다.

터널 시작과 끝의 해발고도 차이가 379.6m에 달해 연화산을 한 바퀴 도는 형태의 루프식 나선형으로 건설됐다. 터널이 길고 단선이어서 터널 안에 국내 처음으로 교행역을 만들었다. 터널을 공사할 때 사용했던 2개의 비스듬한 갱도는 왕복 2차로로 배기구와 함께 비상구 역할을 한다.

 새 철로가 개통됨으로써 기존 철로보다 운행거리는 1.8㎞, 운행시간은 15분 정도 단축된다. 선로 용량은 30회에서 35회(편도 기준)로 증가한다. 새 철로를 시험운행한 제천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 이민종(38)씨는 “위험이 적고 시간이 단축되는 등 편리하지만 터널이 길어 답답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새 철로가 개통됨으로써 나한정역과 흥전역 사이 스위치백 철로는 73년 만에 본래의 기능을 잃고 관광시설로 남는다. 한국철도공사는 26일 오후 도계역에서 영동선 스위치백 열차 환송행사를 했다.

영동선 구간인 심포리 출신 시조시인 김민정(53)씨는 ‘철로변 인생’ 등 영동선에 얽힌 영상시를 낭송했다. 환송행사는 스위치백 열차 탑승 체험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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