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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디자이너 10% 넘어… “창의성과 국제감각 뛰어나”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000년 이후 닛산은 눈길 끄는 파격 디자인의 신차를 내놓고 있다. 박스 카(상자 모양 차) 큐브와 올해 한국 시장에 등장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주크 같은 차들이다. 큐브는 박스형 디자인이, 주크는 흉내 내기 힘든 역동적 곡선이 특징이다.

이런 디자인은 나카무라 시로(中村史郞ㆍ62) 닛산ㆍ인피니티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주도한다. 기자와 가까운 편이다. 열 번 넘게 만나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토론을 나눴다. 작은 키에 검은색 양복을 즐겨 입는다. 날카로운 눈매와 달리 수더분한 아저씨 스타일이다.

“멀리서 보면 박스 모양이지만 자세히 보면 네모난 각은 하나도 없어요. 모서리 부문을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로 둥글게 처리했지요. 이런 것이 자동차 디자인의 숨은 비밀입니다.” 큐브에 대한 자평이다.

맡은 역할에 관해서는 “직접 디자인 스케치에 뛰어들기보다 디자인 경영자 노릇이 중요하다. 멋있으면서도 손쉽게 조립 가공이 가능한, 미학과 채산성을 두루 따지는 디자이너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산에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은 편이다. 150여 명 중 10%가 넘는다. 닛산은 2005년부터 홍익대 미술대에서 산업협동 프로젝트 차원에서 한 명씩 뽑고 있다.

나카무라 부사장은 “한국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실력뿐 아니라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 해외 연수ㆍ유학 경험이 많아 외국인과 한 팀을 이룰 때 힘을 발휘한다”고 평했다.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헤드라이트나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정교한 디자인 실력이 좋은 데 비해 한국인은 숲을 보는 능력, 창조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ㆍ영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에 한국인이 넘쳐나는 데 비해 일본인은 점점 줄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은 해외 진출 도전과 열린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는 일본과 미국의 명문인 무사시노미술대와 파사데나 아트센터를 졸업했다. 일본 자동차 디자인 책임자 가운데 드물게 영어를 잘한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된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과 파사데나 동문이다. 첫 직장은 일본의 픽업 트럭 전문회사인 이스즈자동차다. 여기에서 승용차 디자인을 가미한 CUV를 만들어 해외에 이름을 떨쳤다. 닛산의 혁신을 주도한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이 회사 디자인 총괄로 영입했다. 이후 이 회사는 기존의 기술 위주의 고성능 집착증을 떨치고 소비자 눈길을 끄는 매력적 디자인을 육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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