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성격을 고쳐라' 호아킨 베노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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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가 되기 위한 조건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많다.

'위대한 닥터 K' 놀란 라이언의 강력한 패스트 볼, '컨트롤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컨트롤 등 기본적인 구질이 떨어진다면 대투수가 되기 위한 서류접수조차 불가능하다.

접수가 끝났다면 실전을 치뤄야 한다. 실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토미 라소다(전 LA 다저스 감독)가 오렐 허사이저에게 강조한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다. 자신의 역량이 뛰어나도 실전에서 제 실력의 반도 못 낸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한 대투수가 되려면 단지 던지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수비, 주자 견제 등 아홉9번째 야수로서의 능력이 요구된다.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대투수가 되는 시험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최근 연봉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됐던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와 같은 국적의 호아킨 베노이트는 98마일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베일 것 같이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지난 시즌 그는 투수들에겐 괴로움 뿐인 텍사스리그에서 .236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또한 마운드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능한 그는 마치 '긴장의 순간을 즐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패스트볼 투수답지 않은 우수한 컨트롤도 자랑한다.

수비수로서의 능력 역시 여타의 유망주들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 지난 해를 더블 A 툴사에서 보낸 베노이트는 팀의 포수들에겐 보물과 같은 존재였다. 다른 투수들이 등판했을 때의 도루저지율이 2할대 후반이였음에 반해, 베노이트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6할대 중반의 뛰어난 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도루 허용은 포수보다는 오히려 투수의 견제부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반 로드리게스와 베노이트가 배터리를 이룰 날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노이트를 두고 흔히들 '피칭머신' 같다는 표현을 한다. 마운드에 문제없이 선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그가 부상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이렇다 할 부상의 전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가 마운드에 많이 서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무척이나 신경질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몸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피칭을 중단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투구가 되지 않으면 참지를 못한다.

대투수가 되기 위한 여러 조건중 하나는 대담함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두고 흔히 생각이 많다는 소리를 한다.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만이 필요한 그가, 너무 많은 생각에 빠져 난타를 당하고 사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2000시즌은 무사히 넘겼지만 종종 발생하는 다른 팀 선수와의 몸싸움 역시 상대의 행동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투수는 볼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던지는 것 이상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수비수로서의 역할은 손에서 볼이 떠난 후의 일이며, 팀과 자신을 위해 참는 것을 알아야 대투수가 될 수 있다.

베노이트 역시 생각이 너무 많다.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 이제 21살이 되는 베노이트가 조금 더 나은 투수, 팀과 팬들이 기대하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구의 추가보다도 성격의 조급함과 신경질적인 반응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호아킨 베노이트(Joaquin benoit)

- 텍사스 레인저스 선발투수
- 1981년생
- 193cm, 93kg
- 우투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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