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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북한 아이들, 베토벤 선율로 살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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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는 8월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를 주도하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그는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어머니의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북을 인간으로서, 가족으로서 돕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듯하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치적인 이슈를 떠나, 북한은 우리의 가족이요 동포 아닙니까. 특히 빈곤으로 건강까지 위협받는 북한 아이들을 살리자는 마음을 한자리에서 모아봤으면 해요.”

 정명훈(59)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주도한다. 8월 4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와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다.

정 감독은 1997년부터 아시아 음악인의 화합과 우정을 위해 APO 설립을 제안한 뒤 이를 이끌어오고 있다. APO 공연은 매년 여름 열리는데, 올해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 두 차례씩 총 네 번 열린다. 그 중 한 번을 북한 어린이 돕기 음악회로 여는 것이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에서 만난 정 감독은 “APO 공연에 북한 오케스트라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북한을 도와주는 뜻의 공연이라도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 3월 정 감독이 이끄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과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이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공연장에서 아리랑 등을 협연했다. 그는 “협연이 끝난 뒤 은하수 관현악단과 APO에 참석해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그 사이 정치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져 연락이 닿질 않는다.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음악가가 함께 연주하는 꿈을 언젠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APO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정 감독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세계가 한 형제가 되자’는 메시지까지 더해진 곡”이라며 “올해 APO의 슬로건인 ‘화합의 하모니’와도 잘 맞다”고 했다.

 정 감독은 2008년부터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해왔다. 2009년 유니세프와 함께 ‘북한 어린이 돕기 콘서트’를 연 바 있다. 류종수 한국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공연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 국제위원회에 전달돼 백신, 영양실조 치료식량,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 등을 북한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비용 마련 부분에선 어려움이 좀 있다”며 “기업의 후원을 끌어내는 일은 재능도 없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신 그가 선택한 방안은 광고 출연이다. 최근 교보생명의 보험 광고를 찍었다. 이 광고에 출연한 또 다른 이유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인연 때문. “3년 전 부산 소년의 집 아이들을 뉴욕 카네기홀로 데려가 공연했는데, 당시 예산의 3분의1 정도인 1억여원이 부족했죠. 그런데 신 회장이 처음 만난 제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사재를 털어 후원을 결정해줬어요.”

 이후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확신이 들어 광고 출연도 하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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