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문화포교로 러시아서도 뿌리 내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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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원불교 경산 종법사(왼쪽)가 16일 모스크바 법회를 마친 후 러시아 여성에게 ‘일원불(一圓佛)’이라고 직접 쓴 붓글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한국은 ‘어변성룡(魚變成龍·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의 운을 가진 나라다. 이번 여행에서 그런 한국의 기세를 실감하고 있다.”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경산(耕山) 장응철(72) 종법사가 8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다. 모스크바 교당 설립 20주년에 맞춰서다. 교화(선교) 활동을 벌이는 한국인 교역자를 위로하고, 러시아정교회 지도자도 만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9일 오후 경산 종법사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음성으로 “이곳 시간으로 12일에 열린 한·러 문화큰잔치 행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잔치에 참가한 5000명 중 러시아인이 3000명이 넘을 정도로 한국 문화와 원불교에 대한 현지의 관심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

 한·러 문화큰잔치는 양국간 문화·종교 교류를 위해 올해로 19년째 열고 있는 행사다.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맥’, 한국어 교육기관인 ‘원광 세종학당’ 등에서 한국문화를 배운 수강생들의 각종 민속놀이 공연, 태권도 시연, K-팝 공연 등이 펼쳐졌다. 경산 종법사는 “다른 나라에서처럼 러시아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그런 관심이 원불교에 대한 호기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러시아는 정교회 전통이 뿌리 깊어 아직까지 선교의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새로운 종교에 대한 호기심이 곧장 선교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경산 종법사는 “그래서 우선 문화 포교에 주력하되, 가급적 종교색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원불교는 모든 종교의 근원은 결국 하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웃 종교와 공존·융합을 추구합니다. 아무리 추워도 언제가 봄이 찾아오듯 러시아에서도 언젠가는 뿌리를 내리게 될 것입니다.”

 그는 또 “마음공부와 먹고 사는 문제를 똑같이 중시하는 원불교의 ‘영육쌍전(靈肉雙全)’ 철학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만큼 보편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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