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 만날 때 산부인과 검진 기록 살펴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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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중앙포토]

사치와 허영을 일삼는 일명 '된장녀'를 증오하는 남성 사이트가 인터넷에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주된 공격 대상은 남성을 '호구'로 아는 여성들이지만, 일방적으로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글도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이름 자체가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은어를 쓴다. 사이트 대문에는 '진정한 양성 평등을 위한 남성 인권 회복을 꿈꾼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남성 네티즌들은 이곳에 모여 본인이 직접 겪었거나 간접적으로 목격한 매너 없는 여성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

맞선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연봉을 캐묻거나, 자신의 주제는 파악하지 못하고 눈만 높은 여성들이 이들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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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대의 커피숍에서 엿들은 젊은 여성들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교양이라곤 전혀 없었다" "한심했다" 등의 비난도 올라온다. "여성 전용 칸 때문에 주차할 곳이 줄어 열 받는다"며 여성 전용시설에 대해 '또 다른 성 차별'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루에 이같은 글이 수십건 씩 올라오는 등 해당 사이트는 점차 대형화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싫어 외국 여성을 만난다는 네티즌의 글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아름다운 백인 여성은 '엘프(요정)'로 통할 정도다.

문제는 이곳에 모인 남성 네티즌들이 일부 그릇된 인식을 가진 여성들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한국 여성을 싸잡아 '김치X'이라고 욕하는 등 원색적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부인과 검진 기록, 재무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 보라'는 글에는 추천이 쇄도하고, 여성과 육체 관계 후의 경험담을 자랑스레 늘어놓는 글도 올라온다.

고려대 현택수(사회학) 교수는 "능력있는 남성이 되고 싶은 이상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넷 공간의 특성이 이들의 공격성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잘못된 여성들이 아닌 전체 여성들을 매도하는 일반화의 오류"라며 "우리 사회에 성 대결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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