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위험 특별시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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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0년 9월 서울시 9419가구가 침수됐던 추석 연휴 집중호우. 지난해 7월 18명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최근 대규모 집중호우 피해가 서울에 집중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1곳은 폭우재해 취약성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폭우에 취약한 지역 중 하나란 뜻이다.

 19일 국토연구원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는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별 ‘폭우재해 취약성’을 분석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지역별 폭우재해 취약성 등급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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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위험이 있는 5등급 지역은 총 28곳이었다. 서울시 자치구 21곳 외에도 부산시 중구와 경남 창원·거제시, 함안·남해·하동·산청군 등 남해안 지역이 포함됐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 많은지, 저지대 지역이나 아스팔트·콘크리트로 싸인 지역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산사태 위험이 있는지, 호우 피해에 취약한 단독주택이나 반지하주택이 많은지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다.

 바로 위 4등급도 50곳이었다. 서울의 나머지 4개 자치구와 수도권·부산·경남 일부 지역, 강원도 5곳(강릉·평창·정선·양구·인제), 전남 7곳(순천·광양·고흥·보성·장흥·강진·완도)이 포함됐다. 이 중 수도권은 물이 스며들지 않는 아스팔트·콘크리트 면적이 넓고, 반지하주택이 많아 비 피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산사태 위험이 있는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침수 피해를 당하기 쉬운 단독주택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강원도는 하천 길이가 길고 급경사지가 유독 많았다. 심우배 도시방재연구센터장은 “전국에서 4, 5등급을 받은 78곳(34%)은 폭우재해 취약지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가 폭우에 취약한 서울에서도 위험도는 서로 갈렸다. 도시방재연구센터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상대평가해 다시 A~E등급을 매겼다. 그 결과 도봉·강북·성북·광진구가 가장 폭우에 취약한 E등급을 받았다. 7개 자치구(노원·동대문·성동·강동·구로·금천·관악)는 바로 위 D등급이었다. 대체로 산이 가까이 있어 산사태 위험이 크면서 저지대 지역이 많고 단독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도봉구나 강북구 등 북부 지역은 서울에서도 비가 많이 오는 날(하루 80㎜ 이상)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혔다. 이에 비해 용산구·중구·송파구는 폭우 피해 우려가 가장 덜한 A등급으로 평가됐다.

 국토해양부는 지자체별 폭우재해 취약성 평가자료를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1~2개로 평년(2.3개)보다 적지만, 7~8월 국지성 호우가 잦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은 여름철 강수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 1980년대 평균 695㎜의 비가 여름철에 내렸지만 지난해엔 1048㎜로 강수량이 껑충 뛰었다. 심우배 센터장은 “여름철 집중호우 기간이 오기 전에 재해 취약 지역은 미리 하수관이나 노후된 옹벽 등 시설물을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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