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바로미터가 된 대용량 컵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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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9일 낮 12시 서울 회현동의 한 편의점. 회사원 김대원(27)씨가 동료들과 컵라면 ‘신라면 큰사발’을 먹고 있었다. 김치와 삼각김밥도 곁들였다. 김씨는 “각자 3000원씩만 내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며 “비용도 아낄 겸 올 들어 1주일에 한 번 이상 편의점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컵라면이 많이 팔리고 있다. 불황이 낳은 풍속도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과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편의점에서의 컵라면 매출은 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늘었다. 특히 내용량 100g 이상인 큰 컵라면이 많이 팔리는 것으로 라면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경기가 꺾이자 끼니를 대형 컵라면으로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큰 컵라면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에도 판매액이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업체들도 잇따라 대용량 컵라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팔도는 지난해 11월 105g짜리 꼬꼬면 왕컵을 출시했다. 농심도 지난 4월 111g짜리 너구리 큰사발을 내놓은 데 이어 한 달 뒤에 ‘블랙신컵’을 선보였다. 일반 소용량 컵라면(65g)에 비해 55% 양이 늘어난 101g짜리 제품이다. 블랙신컵은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약 20억원치가 팔렸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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