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반토막인데…9호선 뚫리자 대박난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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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주상복합건물인 에스트레뉴(가운데) 1층 상가 점포의 월세가 1700만원까지 나간다. 지하철 9호선 개통 등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늘면서 여의도 일대 상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3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인 에스트레뉴가 나타난다. 2009년 9월 입주한 이 건물의 지하 1층~지상 4층 상가는 여의도에서 가장 비싼 상가로 자리 잡았다. 1층 49㎡짜리 점포는 보증금 9억원에 월세만 1300만원이다. 이 월세도 7월부터 강남 중심 상권 수준인 1700만원으로 오른다. 3년 새 거의 3배 정도 올랐다.

여의도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치솟고 있다. 여의도역 주변 상가 임대료는 최근 2년간 10% 이상 뛰었다. 권리금도 평균 5000만원 정도 높아졌다.

 상승세는 여의도공원 건너편 증권사 골목 상권이 주도한다. SK증권 등 주요 증권사 건물 지하와 1층 식당가, 커피숍 월세는 33㎡ 점포 기준으로 평균 1000만원 선이다. 2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국제금융로 스타공인 이태욱 공인중개사는 “강남이나 지방에서도 여의도에 상가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문의하지만 상가물건이 부족해 임대료가 뛰고 있다”고 전했다.

 권리금이 2년 새 1억원 가까이 오른 곳도 많다. 여의도역 주변 1층 매장 43㎡짜리 권리금이 2010년 상반기 1억3000만~2억5000만원에서 현재 2억~3억4000만원으로 뛰었다. 여의도종합상가 1층 33㎡ 점포의 권리금은 2010년 상반기 2억원 정도에서 현재 3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지하철 9호선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국회의사당역 인근 상가의 경우 1층 66㎡ 기준으로 권리금이 1억5000만~3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최고 1억원 높아졌다. 강남 선릉역 역세권 상가 권리금이 2년 사이 2억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반토막이 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여의도 상가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 7월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여의도역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2009년 하루 평균 5만 명이었는데 요즘은 7만7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 입주한 55층 높이 국제금융센터(IFC) 사무동엔 새로 2만5000명이 근무한다. 업무·쇼핑 등으로 여의도를 오가는 유동인구는 크게 늘었다. 여의도 하루 유동인구는 35만 명으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이 지역 상권은 더 활성화될 것 같다. 대형 사무건물 완공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8월 말 국제금융센터(IFC) 건물 저층부와 지하에 축구장 15개 넓이인 8만9000㎡ 규모 IFC몰이 문을 열 계획이다. 연면적 35만㎡ 크기의 파크원 빌딩도 2015년 준공될 예정이다. 부동산자산관리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서울에서 공급될 예정인 오피스빌딩 752만㎡ 가운데 여의도권이 26%인 196만㎡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권(41만㎡)의 5배 수준이다. 삼주컨설팅 박상국 사장은 “요즘 강남이나 명동이 아닌 여의도에 오는 젊은층이 많아지자 패션·식음료 업종이 가장 적극적으로 여의도에서 상가 자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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