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따라가며 나는 차라리 강에서 고개를 돌린다. 때로 강가에 앉아 엉엉 울고 싶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쓰리다. 수천 수만 년을 흐르며 때로 굽이치고 때로 부서지며 스스로 아름다운 길을 만들며 흐르는 강물의 길을 사람들이 뜯어고치고 있다. 섬진강에서 가장 유장함을 자랑하는 곳에 다리를 놓느라 강물 속에 박은 교각과 곳곳에 시멘트로 쌓은 강둑들은 강물의 속도를 바꾸어버려 몇 년 사이에 모래밭이 사라져버리고 앙상한 돌들이 드러나고 있다.
돈이 되는 곳이면 물불 안 가리고 개발에 혈안이 된 저 탐욕이 무섭다. 강 언덕을 보아라. 그 순박한 산 등선들을 까부수고 허물어 집을 짓고 강의 모양과 강물의 흐름은 조금도 생각해 주지않는 축조물들이 흉물스럽게 곳곳에 들어서서 시정 넘치는 강변과 강물의 유장함을 죽여버렸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관리하겠다는 종합적인 계획이 서 있는가. 세상을 뜯어고칠 힘을 가진 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토를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유린하는가. 모두 제정신인가. 보존할 곳을 보존하는 것이 아름다운 개발인지 왜들 모르고 강물의 곳곳을 저렇게 자기들 맘대로 허물고 쌓는가.
섬진강 강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섬진강을 구경하러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섬진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울면서 호소한다. 강물이 죽어가고, 썩어간다. 달빛아래 눈부시던 백사장이 사라지고 고기들이 강에서 떠나간다. 보아라 인간들아! 강물이 죽고 썩으면 백가지 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누가 썩은 강물을 따라가며 꽃을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