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 찾는 룰 전쟁 … 황우여는 어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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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경선 룰 문제를 놓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계의 지원으로 대표에 당선됐다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非朴)계 대선 주자들은 비박계의 의사를 무시하고 경선관리위원회 발족을 밀어붙인 황 대표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 지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황 대표로부터 (후보 등록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등록 못하겠다’고 말했다”며 “경선 룰 개정에 대한 후보 간 합의 없이는 (후보 등록을) 안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 의원 측 안효대 의원도 “비박계 요구는 일언반구도 포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현행 룰대로 가겠다는데, 들러리를 설 수 없다”고 반발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도 “국회의원 경선도 다 룰 미팅을 하고 가는데 일단 경선관리위를 출범시켰더라도 멈추고, 순서를 정상적으로 가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계인 정우택 최고위원조차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당 대표가 후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입장을 수렴하고 불필요한 소모전을 종식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당초 비박주자 대리인들은 황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황 대표가 거절하는 바람에 양측 간 감정 대립이 커진 측면이 있다.

 갈등이 커지자 황 대표는 뒤늦게 대화에 나섰다. 황 대표는 15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서병수 총장과 함께 비박계 주자 대리인인 안효대 의원(정몽준 측), 권택기 전 의원(이재오 측), 신지호 전 의원(김문수 측)과 조찬 회동을 한다. 이번 주말까진 황 대표와 비박계 주자들과의 직접 회동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박 전 위원장과 비박계의 인식 차가 워낙 커 진통이 불가피할 것 같다.

 경선 룰 문제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비사(秘史)가 있다. 2007년 5월 초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경선 룰을 놓고 갈등할 때 박근혜 캠프에서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테이블엔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과 관련해 여론조사 반영비율과 그에 따른 득표 결과를 분석한 시뮬레이션 자료가 올려져 있었다. 박 후보는 그 자료를 보자마자 “이거 누가 만들었어요. 제가 언제 이런 표 계산하라고 했어요. 빨리 치우세요”라며 호통을 쳤다. 경선 룰은 원칙에 관한 문제여서 이해득실에 따른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꾸지람이었다. 자료는 급히 회수됐고, 얼마 뒤 박 후보는 이 후보에게 “차라리 1000표를 (그냥) 줄 테니 원래 합의된 룰대로 하자”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도 박 전 위원장의 인식은 5년 전과 마찬가지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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