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홈PC, 국내 시장 재공습!

중앙일보

입력

외국산 홈PC의 국내 재공습이 시작됐다. 최근 휴렛팩커드(HP), 컴팩 등 세계적인 PC제조업체들이 속속 신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서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제품은 모두 2백30만~2백80만원대에 고급 멀티미디어 사양을 고루 갖춘 고가형 제품. 국내 컴퓨터 사용 가정의 절반 이상이 초고속통신망을 갖추는 등 ‘멀티미디어형 PC’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외국업체는 과거 국내 홈PC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다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는 만큼 과연 이번 진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국내 홈PC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 업계에 따르면 2000년 말 현재 삼성전자가 48%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삼보가 25%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는 LG-IBM, 현주컴퓨터 등 군소업체들이 나눠 먹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산 PC들은 애프터서비스 등 자체 서비스망이 부족하고 대리점 등 유통망에 있어서도 열세를 면치 못해 시장 장악에 번번이 실패했었다.

세계 최강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던 탓일까. HP, 컴팩 등 해외 거물들이 올 초 국내 홈PC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일 뿐”이라는 국내 선두업체들의 비아냥거림을 뒤로 하고 이들은 제품 시연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태세다.

지난 1월 중순 HP가 이미 일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파빌리온’을 출시한데 이어 2월 초에는 컴팩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군인 ‘프리자리오 7000’을 선보였다.

두 업체 모두 실패의 아픔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하고 나름대로 전략도 세운 모습이다. 먼저 이들은 가장 취약점으로 평가되던 AS 조직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출발선을 끊은 HP는 그동안 프린터를 통해 쌓아온 서비스 노하우를 홈PC에도 적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홈PC 출시를 계기로 직접 AS를 개시하는 한편 외부 전문업체를 통한 간접 서비스도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

컴팩도 직영 서비스센터를 개설하는 등 AS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황혜신 컴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대리는 “작년에 서울에 2군데, 지방에 5군데의 서비스센터를 개설했으며 컴팩이 공인한 전문 서비스업체도 30여 개에 이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통망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들이 처음 시장을 공략할 때만 해도 대리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 판매가 확대돼 유통망이 부족한 외국업체들의 숨통이 트였다.

해외 거물들의 이번 공습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이들이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HP와 컴팩은 국내 제품의 90%가 중저가 제품이라는 점에 착안, 비교적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고가 시장을 노렸다.

HP의 파빌리온과 컴팩의 프리자리오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탑재하는 한편 스피커, 사운드카드, 모니터 등 하드웨어도 고급 사양을 채택해 멀티미디어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게 자체 평가다.

해외 거물들의 국내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국내 업체들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측은 지난해 전체 PC 시장에서의 외국 업체 점유율이 0.8%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AS 문제 해결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보컴퓨터측도 대리점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독특한 소비 행태에 비춰볼 때 자체 유통망을 확실히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해외 업체들의 진출로 국내 중소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