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얇고 평평해진 CRT, 출시 임박

중앙일보

입력

과연 CRT가 사라지고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FPD)가 부상하는 날이 올 것인가? 그런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 같지는 않다. CRT 제조 공정은 이미 확고하게 정착됐으며 제조 비용도 저렴하다. 중국이 저렴한 제품의 생산을 멈추지 않는 한 세계는 수년 동안 저렴한 CRT로 홍수를 이룰 것이다. 올해 CRT 변종 평면 CRT가 출시될 예정이다.

필자는 최근 두 가지 경험을 했다. 한 가지는 필자의 TV 프로그램인 실리콘 스핀(Silicon Spin)에 출연한 한 게스트가 모든 사람들이 6개월 후면 칼라 PDA를 구매할 것이라고 암시한 것이다.

그는 비공개 조건 하에서 새롭고 선명하며 태양광선에서도 보이는 컬라 디스플레이를 알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경험은 TI(Texas Instruments)의 신기술 시연회였다. 연구자들은 모조 컬라 전화 디스플레이에서 무선 OS를 선보였다. 화면에서 눈을 떼면서 필자는 스트로브를 볼 수 있었고 세련된 작은 디스플레이가 LCD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얇은 필름 CRT라고 소개한 이것은 FED(field emitter display)였으며, 그들은 이것을 선명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FED는 캔디슨트(Candescent)와 픽스테크(Pixtech) 두 기업이 각각 다른 방법을 사용해 개발해왔다. 중심 아이디어는 바로 형광체 뒤에 놓여진 일련의 작은 음극을 사용하는 것이다.

TI는 이것이 FED가 이니라 얇은 필름 CRT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캔디슨트의 웹사이트(www.candescent.com)에서 정답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씬CRT(ThinCRT)''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CRT와 FPD(Flat-Pannel Display)간의 가격 차이뿐 아니라 또 다른 요인이 FPD의 시장 지배를 가로막고 있다. FPD 기술은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CRT가 픽셀을 조금씩 증가시켜왔지만 FPD에서 경험하는 발전적인 변화들을 CRT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 FED는 CRT에서 이뤄 놓은 성과의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다.

FED는 9년 동안 개발됐고 수십 년 동안 논의돼왔다. 4년 전 필자는 FED가 LCD보다 생산비용이 낮을 것이며 확장성 문제없이 크거나 작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LCD는 크기가 한정돼있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는 대안적인 것이긴 하지만 전력소모가 너무 많고 크기도 큰 것에 한정돼있다.

따라서 비용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FED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큰 인기를 모을 것이다.

그후 형광체 소모, 제조, 기타 자그마한 결함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겼다. 필자는 이 디스플레이를 구경하기 전까지 FED가 작동되는 것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것은 필자의 게스트가 주장한 것처럼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다. 전력 소모도 적은 것으로 예정돼있으며 핸드헬드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될 수 있다. TI가 시연회에서 이것을 사용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FED 기술은 CRT 기술 다음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름의 장단점이 모두 있다. 유리관은 평평해졌으며 FED는 샤도우 마스크에 있는 구멍을 통해 다양한 형광체를 내보내기 위해 화면을 주사하는 총을 사용하지 않고 작은 이미터 패널을 형광체 뒤에 놓는다.

초점을 맞추는 격자판은 CRT의 샤도우 마스크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패키지는 서로 겹쳐지면 8미리 정도의 두께가 된다. 결과적으로 보통의 튜브와 같은 수준으로 선명해진다.

캔디슨트에 따르면 FED 디스플레이는 LCD보다 더 좋은 시청 각도를 가지고 더욱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것이며 플라스마에서 생기는 스미어링 현상이 전혀 없다고 한다. LCD의 백라이트가 전력 소모의 주원인이기 때문에 FED는 LCD보다 전력 소모량도 적다.

FED는 똑같은 선명도를 제공하면서도 LCD보다 적은 와트를 사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FED는 본질적으로 선명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LCD를 똑같은 선명도로 높인다는 것은 백라이트를 높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캔디슨트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좀더 자세한 사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별 자원이 LCD의 결함이 아니라는 주장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주요 FPD 제조업체들은 후지쯔, 히다치, IBM, 마쓰시라, NEC, 삼성, 샤프, 도시바같은 기업들의 전속 사업부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최신 FPD 제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그들의 독자적인 사내 시스템 그룹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만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삼성같은 기업은 삼성 브랜드 제품에 독자적인 LCD 공급 물량을 결코 충당할 수 없다. 벤더들은 8개의 LCD 공급 업체들은 나쁘고 FED 공급 업체만 좋다고 믿고 있는 것인가?

마케팅 전략상 과장된 광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흔들림과 지속성이라는 언급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필자가 본 FED 디스플레이는 눈에 띄게 흔들렸다. 필자가 본 프로토타입이 예외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FED는 좋지 않다.

그리고 이 디스플레이는 진공 속에 있는 유리다. 필자는 몇 개 화면을 망가뜨린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LCD는 약간의 남용에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 화면은 손상 위험이 매우 높아 보인다.

FED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자명하며 씬CRT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CAT(cathode array tube)로 불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뭐라 불리든 처음 도입될 때는 수많은 과장 광고들이 난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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