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 달려 시간 절약 YES 고장난 채 방치, 시스템 오류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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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가 지난 7일 공공자전거 무인대여소를 추가 설치했다. 새로 만들어진 곳은 고속터미널 8-1번 출구, 삼호물산 맞은편(포이사거리), 구룡사삼거리, 하이브랜드 앞이다. 기존 5개소를 포함, 현재 9개소로 늘어났다. 구민들은 ‘서초구 공공자전거 홈페이지(scbike.seocho.go.kr)’에서 정액제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대여소에서 교통카드·핸드폰 결제를 통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8·9일 이틀에 걸쳐 공공자전거를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반포·잠원권역

자전거가 ‘갈지(之)’자로 움직였다.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신반포5차아파트 114동 앞 대여소에서 출근길 공공자전거 체험을 하기 위해 페달을 밟았을 때다. 처음엔 ‘안 타 본 지 오래 돼서 그런가’라며 운동신경이 없음을 자책했다. 두세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핸들과 앞바퀴가 뒤틀려 있었다. 핸들을 똑바로 잡아도 자전거는 담벼락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 운이 없다 생각하고 다른 자전거를 이용했다. 하지만 다른 자전거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대여소에 있던 자전거를 모두 타봤다. 핸들과 앞바퀴가 틀어진 자전거가 1대, 앞바퀴 바람 빠진 것이 2대, 뒷바퀴 바람 빠진 자전거가 1대, 핸들이 앞뒤로 흔들리는 자전거는 2대였고 이 중 하나는 뒷바퀴 바람까지 빠져있었다. 거치된 17대 중 6대가 ‘수리 요망’이었다. 물론 대여소 한 켠에 에어펌프기가 마련돼 있지만, 바쁜 출근길에 바퀴에 바람까지 넣어가면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면, 더더욱 불편한 출근길이 될 것이 뻔하다. 바쁜 출근길에 땀 흘리며 펌프질을 하면서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멀쩡한 놈(?)을 골라 터미널로 향했다. 자전거 앞에 달린 바구니가 쓸모 있었다. 서류가방과 겉옷 등을 넣어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큰 길에 나와서야 시작된다는 점이 조금 불편했지만, 걸어갔다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8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이면 학생들이 한강시민공원 어떻게 가냐고 많이 묻거든요. 이 거(대여소) 설치되면 많이 이용할 거라 생각했는데… 하루 이용요금이 1000원이라지만 1시간 내에 반납했다 다시 대여하지 않으면 추가요금이 붙잖아요. 한강엔 반납할 수 있는 곳도 없고요.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정액제로 끊으면 모를까 가끔 타는 사람들은 손해죠.” 터미널 인근 상인이 건넨 말이다. “자기 것 아니라고 함부로 쓰는 점도 문제예요. 자전거 반납할 때 앞바퀴만 꽂아 놓고 자전거 몸체는 휙휙 돌려 놓더라고요. 내가 반듯하게 해놓고 그래요. 우리나라 사람들 참….”

신반포5차아파트 대여소에서 잠원역 3·4번 출입구 대여소까지는 6분이 걸렸다. 뒷바퀴 바람이 빠진 한 대를 제외하곤 자전거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두 코스 모두 반포지역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직장인이 출퇴근시간을 절약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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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권역

지난 9일 오전 11시 경, 양재역 11번 출입구 대여소를 찾았다. “이거 구청에 가서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나요?” 어린 딸의 손을 잡은 아버지가 물었다. 양재역 대여소는 기존에 있던 곳이지만 일부 구민들은 이용절차를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양재역에서 출발해 양재시민의숲역 1번 출입구 대여소를 지나 삼호물산 맞은편 대여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양재천을 따라 공원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공원 내에서는 자전거 운행이 금지돼 있었다.

이 곳 대여소는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반납 후 대여를 할 수 없었다. 고장신고를 해 다행히 추가요금을 물지 않았지만 구룡사삼거리까진 걸어가야 했다. 구청 관계자는 “새 대여소여서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게 구축돼지 못한 것 같다. 추가 설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룡사삼거리를 거쳐 하이브랜드 앞 대여소에 도착했다. 한 주부가 공공자전거용 거치대에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를 넣어두곤 자전거용 자물쇠를 채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원래 이곳에 일반 자전거 거치대가 있었거든요. 이쪽에 대형마트가 있어 자주 찾는데, 그럼 기존에 있던 일반 거치대는 어디 있는 거죠?” 주부를 도와 길 건너편에 새로 설치된 일반 거치대를 찾고서야 체험을 끝낼 수 있었다.

양재권역도 양재시민의숲역을 중심으로 대여소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했으며 나들이객에게도 좋은 이용수단이다. 여기에 구청의 세심한 관리와 홍보, 공공물건을 내 것처럼 아껴 쓰는 마음이 합쳐지면 훨씬 좋은 사용 환경이 될 듯 하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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