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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잃어버린 10년] ③ 하드웨어는 넘보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에 있는 마쓰시타(松下)전기의쇼룸인 'eHII' . 지난 5일 새롭게 단장해 오픈한 이곳에는 디지털TV, 네트워크 냉장고, 전자렌지, 체지방.당뇨측정 비데 등 60개의 미래상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내 침실에 놓여있는 곰인형 '원더' 는 '오하요. 오갱키데스까' 라고 말하며 노래 3~4곡을 연속으로 들려준다. 하지만 원더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홍보실의 아키야마 노리코(秋山典子)는 "센서가 달린 침대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아침에 침대에 누워있는 주인을 말과 노래로 깨우고, 반응이 없으면 가족에게 휴대폰으로 알려준다" 고 말했다.

노령 인구가 많은 일본에 맞춘 정보가전 상품으로 이미 오사카(大阪)이케다(池田)시에서 시범서비스중이다.

카토다 아키라(門田晃)국제홍보부장은 "마쓰시타는 정보가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며 "이곳에 전시된 제품 중 28개는 이미 일본 시장에 나와 있으며, 나머지도 2003년을 전후해 상용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만큼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일본. 미국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지닌 첨단 IT제품을 속속 개발해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 아래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고 있다.

IT.생명공학.환경.마이크로 등 4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세워 5년간 총 24조엔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기업의 신제품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이미 상품화돼 눈길을 끄는 상품도 적지 않다.

지난 4일 도쿄에서 탄 택시 조수석에는 DVD기능이 담긴 휴대용 TV가 놓여 있었다.

운전기사 키요미즈 쓰토무(淸水力.47)는 "LCD액정화면이 달려있어 크기가 적은데다 값도 13만엔에 불과해 손님을 기다릴때 시간 때우기에 제격" 이라고 말했다.

아키하바라(秋葉原) 전자상가에는 1백80도 회전하는 카메라가 달린 노트북과 PDA, 비디오 촬영기가 달려 있는 노트북, 조그다이얼이 달려있는 PDA 등 최첨단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특히 앞서있는 분야는 리튬이온.리튬폴리머 배터리. 특허의 상당수를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갖고 있다. 컬러 액정 화면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러다보니 리튬계 2차전지와 액정화면을 이용하는 웹패드.핸드헬드PC ' 개인휴대단말기(PDA)'등 차세대 제품들의 제품.가격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가전은 미국보다 3~5년 정도 앞서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가전의 핵심인 메모리카드 분야는 소니와 마쓰시타가 세계시장 재패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파나소닉 SD메모리 카드' 는 노트북은 물론 휴대폰, 전자렌지, 냉장고, 디지털카메라, 비디오, 팩시밀리 등 어디든지 끼워 사진.음악.정보등을 공유할 수 있다.

SD연합에는 세계 유력기업 1백10여곳이 참여중이다.

소니도 SD카드와 기능은 비슷하고 모양은 껌처럼 길쭉한 '메모리 스틱' 에 1백20여곳의 기업을 참여시키는 등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지 한달만에 4만대가 팔린 아이보Ⅱ는 메모리 스틱을 이용해 50개 단어 이상의 말을 알아듣는다.

소니 본사에서 만난 제랄드 카바나 홍보담당자는 "TV만 하던 소니가 PC를 내놓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소니의 전략은 오디오+비디오+인터넷을 통합해 어른들이 즐기는 고급 장난감을 내놓는 것" 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이 모여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소니.마쓰시타.도시바.히타치 등 14개 회사는 지난해 'e-플랫폼' 이란 회사를 설립, 올해말부터 디지털TV로 고속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이다.

레이타쿠(麗澤)대학의 나리아이 오사무(成相修)경제연구소장은 "미국과 비교할 때 기업 규모에 비해 매출이익은 적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면 세계 재패의 승산이 있다" 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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