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민영화된 '포철' 달라진 기업설명회

중앙일보

입력

"배당정책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자사주를 더 매입해서 소각할 계획은 있는가."

13일(현지시간) 낮 뉴욕 맨해튼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항제철의 해외투자자를 위한 최고경영자 기업설명회(IR)는 1백여명의 외국인 주주들이 던지는 질문들로 열띤 분위기였다.

지난해 10월 정부 보유 주식이 모두 매각돼 민영화한 포철의 최대주주는 이제 54% 가량(6일 현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에 외국인이 대주주로 등장하면서 포철처럼 해외 IR를 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지명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린다는 명분과 함께 외국인 주주들을 납득시켜야만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해외 IR에 나선 포철은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외국인 주요 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경영내용을 설명했다.

◇ 이익 20% 배당 정례화〓포항제철 유상부 회장은 설명회에서 "주주들이 배당 수익을 예측할 수 있게 앞으로 매년 이익의 20%가량을 배당하는 배당정률제를 도입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포철의 순이익 1조6천여억원 중 SK와의 주식교환으로 생긴 특별이익을 제외한 1조원 중 20% 정도인 2천여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포철은 지난해 6월 말 액면가의 10%를 중간배당했고, 다음달 주총 때 40%를 배당할 예정이다.

劉회장은 현대하이스코와의 핫코일 분쟁도 주주들의 이익을 내세워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포철의 핵심기술이 담겨 있는 자동차강판용 열연코일(핫코일)을 경쟁사인 현대하이스코에 팔 수 없다" 면서 "열연코일을 공급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는 "포철이 지난해 2천7백74만t의 철강을 생산, 신니데쯔(新日鐵)보다 37만t 적게 생산했지만 수익은 2배 가량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면서 "앞으로 포철은 '적정 생산, 최대 수익' 을 내는 기업으로 바뀔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쏟아지는 질문〓외국인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배당 및 주가관리 전략이었으며, 중.장기적 경영전략에도 질문이 많았다.

이밖에 ▶철강가격 전망▶통신부문 투자계획▶일본 철강업계의 과잉생산 이유▶2005년 철강 외 사업부문의 현금창출능력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포철 조재구 IR팀장은 "웬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많았다" 면서 "해외 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성향과 주문사항을 정리해 경영에 반영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劉회장 일행은 설명회가 끝난 뒤 보스턴으로 날아가 투자회사인 퍼트남사를 방문했다.

포철측은 이 회사 펀드매니저들에게 현재 15조원인 포철의 기업가치가 2005년에는 33조원으로 늘어날 것임을 설명하고 투자를 부탁했다.

뉴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