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은 한 대, 연주자는 둘이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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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페레티(左), 로방(右)

“파이프 오르간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건반을 누르면 악기가 스스로 연주한다.”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던 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말이다. 그의 표현처럼 파이프 오르간은 클래식 역사와 함께해온 악기다. 주로 한 사람이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연주한다.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간은 어떨까.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파이프 오르간 듀오 콘서트에서 그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 페레티(38)와 프랑스 출신 로방(36)은 대극장에 설치된 8098개의 파이프를 함께 울린다. 한 명은 객석 2층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으로, 다른 한 명은 무대에 설치된 디지털 건반으로 연주한다. 디지털 건반과 파이프 오르간은 전선으로 연결되며, 각자 역할을 바꿔 연주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e-메일로 각각 만났다.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나

 ▶페레티=로방과 함께 연주하는 것도 듀오로 연주하는 것도 처음이다.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듀오로 연주하는 곡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인 점이 흥미롭다.

 ▶페레티=청중은 솔로 연주와 듀오 연주의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솔로 연주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방=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을 함께 연주하는데 깜짝 놀랄만한 음색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로방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오르가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페레티는 1999년 국제오르간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명성을 얻었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오르가니스트가 넷 있는데 이중 궁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로방뿐이다. 로방은 “베르사유 궁전 오르간은 루이 14세의 오르간 제작자 로베르 클리코가 1709년에 만든 작품으로 현대 오르간 제작자들도 놀라는 명품악기”라고 말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의 주선으로 서울에서 만나게 됐다.

 -꼭 파이프 오르간으로 들어야 할 곡을 꼽는다면.

 ▶페레티=제가 연주할 곡 중에 대부분은 오르간을 위해 작곡된 것이지만 비발디의 A단조 협주곡은 원래 현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인데 오르간을 위해 편곡된 곡이다. 편곡자가 그 유명한 바흐다.

 ▶로방=나는 오르가니스트 이전에 작곡가다. 2008년 작곡한 ‘반사되는 원(Reflecting Circles)’을 연주할 계획이다. 현란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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