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스타 스토리(23)-사이토 마사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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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누구인가?

일본에서 불과 5년만(90-94년) 뛰고도 4년연속 다승왕과 탈삼진왕을 이뤄낸 '닥터 K' 노모 히데오(보스턴). 작년을 포함해서 90년대에만 5번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승부사' 구도 기미야스(요미우리). 세이브에 관한 거의 모든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갈아치운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등이 이 물음에 대해 언뜻 떠오르는 이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충분치않다. 왜냐하면 90년대(90년-99년)에 최다승(175승)과 최저방어율(2.90)을 기록한 사이토 마사키(35)가 빠졌기 때문이다.

현역 최다승 투수(178승)이기도 한 사이토는 일본프로야구 역사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다승왕을 5번이나 차지한 90년대 최고의 철완으로서 일본야구의 90년대를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65년생인 사이토는 시립 가와구치 고등학교를 졸업한 83년, 드래프트 1위로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이후 사이토는 첫해인 84년부터 86년까지 주로 팀의 불펜투수로 활약했는데 특히 85년엔 선발로도 간간히 출장하면서 12승8패,7세이브를 거두며 그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87년의 팔꿈치 부상은 유망주 사이토의 발목을 잡았다. 부상으로 전반기와 후반기에 각각 3경기씩밖에 출장하지 못한 사이토의 그해 받아든 성적표는 고작 총 5이닝 투구에 방어율 18.00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련은 87년 한해로 끝났다. 이후 사이토는 88년 38경기에 출장 6승3패3세이브, 방어율 1.89의 호성적으로 이후의 대활약을 예고했다.

그리고 89년. 선발로 진입한 사이토는 유감없이 그의 진가를 펼쳐보였다. 이해 사이토는 20승 7패에 방어율 1.62란 놀라운 성적으로 다승,방어율 부문을 석권한데 이어 사와무라상과 팀의 재팬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하는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듬해인 90년 역시 다승,방어율 1위 자리는 20승 5패에 방어율 2.17의 성적으로 2년연속 20승이란 대업을 달성한 사이토의 몫인 건 당연했다. 여기다 사이토는 요미우리를 2년연속 리그정상으로 이끈 공로로 센트럴리그 MVP로까지 등극하며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기간 동안 사이토는 가히 난공불락이라 해도 좋았다. 이 2년간 사이토는 무려 40경기의 완투게임(완투패포함)을 해냈고, 완봉승은 13승이나 되었다. 거기다 그는 현대야구의 틀이 잡힌 이후론 거의 기적이라고 할 만한 11경기 연속 완투승이란 믿기지 않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91년 사이토는 11승11패로 주춤했지만 92년 다시 17승(6패) 올리며 세번째로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3년을 기대에 못미치는 9승(11패)으로 마감한 사이토는 94년부터 다시 반격을 시작했다.

우선 사이토는 94년 14승(8패)을 올리며 나가시마 감독에게 재팬시리즈 우승을 안겨준데 이어, 95년과 96년에는 각기 18승과 16승으로 또다시 2년연속 다승왕을 이뤄내며 그 저력을 다시한번 보여주었다.

특히 이 기간 사이토는 95년 187탈삼진으로 투수 3관왕의 마지막 관문이던 탈삼진부문까지 정복한 걸 비롯, 65-66년 무라야마 미노루(한신)이후 처음으로 2년연속 사와무라 상을 수상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96년까지 사이토가 이룬 승수는 154승이었다. 이때까지만도 30살을 갓 넘긴 나이, 절정의 구위, 관록을 통해볼 때 사이토의 200승은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부상은 사이토를 다시 한번 꺾어버렸다. 고질인 팔꿈치 부상에 어깨부상까지 겹친 97년 사이토는 단 6승(8패)에 그치며 방어율은 87년이래 처음으로 4점대(4.11)로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만 했다.

이후 98시즌 사이토는 10승에 방어율 3점대를 회복하며 다소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다음해 장딴지 부상이 도지며 83이닝밖에 못던진 결과 5승 2패에 방어율은 87년이후 최악인 4.6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사이토는 시범경기에서 장딴지 부상이 재발, 또다시 1군전력에서 이탈해야만 했다. 이후 재활에 성공한 사이토는 8월말 선발로테이션에 진입, 3승을 거둔데 이어 ON시리즈의 최대고비로 여겨졌던 재팬시리즈 4차전에 등판, 6 2/3이닝 1실점으로 호투, 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30대즈음까지 사이토는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 파워피쳐에 가까웠다. 쓰리쿼터 스타일인 사이토는 (지금은 잦은 부상으로 스피드가 많이 죽었지만) 한창때엔 사이드스로로는 드물게 직구가 평균 145km까지 나왔고 무브먼트가 심했다.

여기다 엄청난 각으로 변하는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갖춘 사이토는 90년대 중반엔 싱커를 장착했고 완급조절능력까지 가미하면서 다승왕 5회수상에 90년대 유일의 2점대 방어율투수(2.90)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사이토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이기는 투수'라는 데 있다. 그의 기록중 특히 돋보이는 것이 바로 승률 부문인데 통산 승률에서 99년까지 175승 73패, 승률 0.653로 전설적인 투수 후지모토(0.697)와 이나오(.668) 다음인 3위라는데서 사이토가 얼마나 이길 확률이 높은 투수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이토가 쌓아온 화려한 기록들도 그의 노쇠를 막아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의 시대가 가고 있음은 선수가치의 가장 확실한 지표인 돈이 말해주고 있다.

올시즌 사이토는 작년보다 무려 4000만엔이나 삭감된 2억1000만엔에 재계약했다. 96년까지 3억 3천만엔을 받으며 전체 연봉1위를 하던 '최고스타 사이토'의 모습은 이젠 과거의 영광일 뿐인 것이다.

이제 사이토는 그의 최후,최대의 목표이자 명구회 가입(2000안타와 200승이상을 올린선수만 가입이 허용)의 절대조건이기도 통산 200승의 실현을 위해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남은 승수는 22. 관건은 사이토가 얼마나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며 요미우리 마운드에서 살아남느냐 여부에 달려있는것 같다.

-사이토 마사키 (齊藤雅樹)-

생년월일: 1965년 2월 18일生
신장,체중: 181cm, 90kg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84-)
투타: 우투우타 백넘버:11번
통산성적:2299.1이닝,175승93패11세이브,1661삼진,방어율2.76(84-99)
작년성적:34.1이닝,3승1패,20삼진,방어율2.10(규정이닝 미달)
수상경력:90,92,96년 승률왕, 89,90,96년 방어율왕
89,90,92,95,96년 다승왕, 95년 탈삼진왕, 90년 센트럴 MVP
89,90,92,95,96년 베스트나인, 89,95,96년 사와무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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