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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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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어스프레이’. 배우 공형진의 여장연기(사진 가운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슈퍼스타K’의 허각, ‘위대한 탄생’의 구자명, ‘K팝스타’의 박지민에게 빼어난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음악적 재능은 음악을 하는 이에게 다른 요소들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 성격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노래를 향한 진심이 곧 무기다. 바로 내일(13일), 또 한 명의 오디션 스타가 무대 위에 선다. 그녀의 슈퍼 헤비급 몸매는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늘씬한 미녀들만 나오는 볼티모어의 ‘코니 콜린스 쇼’에서 당당하게 ‘미스 헤어스프레이’ 댄싱퀸 자리를 차지한 그녀, 사회적인 편견을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낸 그녀, 트레이시다.

이번 시즌 한국의 존 트라볼타는 공형진·안지환

 배경은 1962년, 미국의 동부도시 볼티모어다. 뚱뚱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진 10대 소녀 트레이시는 특유의 당당함으로 TV댄스경연대회에서의 댄싱퀸의 영예와, 꽃미남 소년 링크의 사랑을 쟁취한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이 과정을 신나는 음악과 역동적인 댄스로 경쾌하게 그렸다.

 ‘헤어스프레이’는 동명의 영화, 특히 헐리우드 배우 존트라볼타의 여장연기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에 앞서 ‘한국의 존트라볼타는 과연 누구’일지가 화제였다. 이번 시즌에서는 배우 공형진과 ‘무릎팍도사’의 성우로 유명한 안지환이 그 자리를 맡았다. 왕년에 멋진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현재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자신의 거대한 몸집에 대한 콤플렉스로 집밖을 나오려하지 않는 엄마 에드나 역할이다. 육중한 체구를 덧붙이고 꽃분홍의 드레스를 맞춰 입은 그, 아니 그녀의 천연덕스러움에 무대 위의 흥은 한층 더 고조된다.

 공부보다는 춤추는 걸 더 좋아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트레이시 역은 뮤지컬계에서 떠오르는 스타 오소연과, 영화 ‘써니’ ‘킹콩을 들다’의 김민영이 맡았다. 볼티모어의 아이돌 링크로는 뮤지컬 ‘맘마미아’ ‘달콤한 나의 도시’의 김영웅이 선다. 수줍음 많은 트레이시의 친구 페니는 2007년 한국 초연 멤버 김자경이, 춤 잘 추고 감성 충만한 페니의 남자친구 씨위드 역은 오승준과 정원영이 함께 연기한다. 이 밖에도 정영주, 황현정, 황만익, 김영웅, 전수미 등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한 앙상블들의 하모니도 즐길거리 중 하나다.

디스코·스윙·소울·컨트리 넘나들며 어깨춤 불러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지금까지 조연이나 감초 역에 머물렀던 비주류 캐릭터들이 공연 전반에 나온다는 데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르고 뚱뚱한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넘어, 인종차별에까지 접근하려는 작품 속 문제의식에도 박수를 보낼만하다. 여기에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요소들은 서비스다. ‘굿모닝 볼티모어’ ‘유 캔 낫 스톱 더 비트’ 처럼 디스코와 스윙, 소울과 컨트리 음악을 넘나드는 뮤지컬 넘버와 춤은 관객의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헤어스프레이로 한껏 부풀린 복고풍의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색감의 캔디컬러 의상들은 극장 안을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로 이끌기에 충분한 장치들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기본이다. 캐나다와 일본 등지를 넘나들며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 등에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2008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도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2009년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올 시즌, 그 막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오른다. 티켓 가격은 VIP석 9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VIP석의 가격이 이례적으로 10만원 아래로 내려간 대형뮤지컬이다. 예매는 인터파크와 충무아트홀 명당찾기를 통해 할 수 있다.

▶ 문의=1544-1555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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