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조작 미국서도 파문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도 최근 회계조작이 문제되고 있다.

루슨트테크놀로지나 제록스 같은 대기업들이 분식회계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

회사측은 회계 잘못이 있긴 했으나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신뢰와 정직성에 심각한 타격을 준 사건"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사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 루슨트테크놀로지〓지난해 10월 회사측은 지난해 7~9월의 매출이 약 94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달 뒤 회사측은 1억2천5백만달러가 부풀려졌다고 시인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당초 발표보다 매출이 6억7천9백만달러나 줄어들었다고 수정 발표했다.

루슨트는 ▶일선 영업소에는 발송했으나 아직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물품 4억5천2백만달러를 매출로 잡고▶외상매출에서 1억9천9백만달러를 과다 계상하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SEC는 매출이 부풀려지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루슨트의 고객들에게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슨트의 주주들은 지난해 말 회사측과 리처드 맥긴 전 회장에 대해 사기혐의로 집단소송을 낸 상태다.

◇ 제록스〓멕시코 사업장의 회계 부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체납된 복사기 임대료를 장부에서 숨기고▶미래의 애프터서비스.부품판매 수입까지 실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액수는 회사측이 밝힌 것만 1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회사측은 현지 임원들이 본사가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으나 당사자들은 "본사에 문제를 보고했다" 고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 제록스의 재무담당 직원이던 제임스 빙햄이 지난해 8월 "5년간 12억달러의 세전 이익이 부풀려졌다" 고 보고한 뒤 해고됐으며 이후 빙햄은 회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당시 빙햄의 주장을 검토해 봤으나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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