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하향조정 장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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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끝무렵의 허전함 같은 게 느껴진다.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난다. 잔치판의 흥을 한껏 돋우었던 외국 친구들마저 발걸음을 돌리니 썰렁함은 더하다.

손님들의 구미를 당겼던 메뉴들도 대충 바닥이 났다. 금리인하에 이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라는 단골메뉴까지 써먹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현실을 둘러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미국이나 우리 나라나 실물경기는 하강을 거듭하고 기업실적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지수는 첨단 기술주들의 실적악화로 3.6%나 떨어져 2, 500선이 무너졌다.

일본 경제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다시 주저앉는 분위기다. 이에 따른 엔화가치 하락은 우리의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 반도체가격은 날개를 잃은 듯 추락 중이다.

주식시장 안을 봐도 체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주말 한꺼번에 2천4백억원이나 빠져나갔고, 거래량은 연일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희망을 갖고 주시해야 할 변화도 있다. 채권금리의 급속한 하락과 이에 따른 투신권으로의 자금유입이다.

국고채 금리는 5.18%까지 떨어져 4%대를 넘볼 정도고, 회사채 금리(AA- 등급)도 6%대에 안착했다.

상상도 못했던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자금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국고채나 은행예금 금리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게 된 자금이 회사채 시장과 투신사의 회사채 펀드로 속속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리하락 효과가 주식시장에까지 파급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투신사 경영이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BBB급 중견기업들이 신용위험에서 벗어나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만도 주식시장에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하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이런 좋고 나쁜 요인들이 균형을 이루는 소강국면이 예상된다.

종합지수 560~620의 박스권을 염두에 두면서 금리하락 수혜 등 개별재료 보유주를 골라 매매하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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