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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의학용어, 외국어나 다름없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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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북한의 의학용어는 러시아어나 순 우리말이 많죠. 위급한 수술을 할 때는 외국어나 다름 없는 것입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이왕재(57·해부학) 교수는 10일 “남북 분단 60여년 동안 정치ㆍ경제ㆍ사회 분야 뿐 아니라 의료체계와 관련 법제에도 큰 차이가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의대가 11일 문을 여는 ‘통일의학센터’의 초대 소장이다.

통일의학센터는 남북 의료계의 이질감을 줄여 통일 이후 순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하게 됐다. 그동안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의료 지원 등 민간 교류는 있어 왔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북 의학계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의학센터는 앞으로 남북한 보건의료의 연구ㆍ교육ㆍ정책 업무를 통해 통일 후 로드맵을 만들어 유관기관과 공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의학용어 차이 등 남북한 의료계 곳곳의 다른 점을 파악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음모가 난 부분을 우리는 치구(恥丘)라고 하지만 북한에선 불두덩이라고 한다”며 용어의 차이를 소개했다. 또 정부의 허가를 얻어 북한 의과대학과 학문교류도 추진할 예정이다.

통일의학센터에는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석ㆍ박사 과정 의사 3명을 포함해 서울대 의대 교수, 시민단체 인사 등 20여 명이 참여한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본관 3층 대강당에서 개소식을 열고 ‘통일한국 의료통합 현황과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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