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리뷰] 네덜란드 단편 '황금물고기'

중앙일보

입력

· 원제 : The Golden Fish

· 감독 : 해롤드 맥(Harold Mack)

· 제작 : 네덜란드 RNTV

· 러닝타임 : 10분 15초

· 출시 : 라바필름(02-765-8312)
'우리가 다시 그려요'에 수록

*** '안'을 바꾸자!

몸과 정신, 영혼을 소유한 영험한 존재인 우리-인간들은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육체적으로 약한 체질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은 마치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처럼 우울함이나 자신 없음에 종종 빠질 때가 있다. 그러므로, 마음도 몸처럼 운동하고 단련해야 건강해질 수 있으며, 병에 걸리지 않는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마음의 허약함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고민이라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불치병으로 터부시하는 한국사회 구성원들인 우리들은 가까스로 분을 참고 삭이는 가운데 하나뿐인 마음을 혹사시킬 때가 얼마나 많은가.

구체적인 새해의 일들이 시작되는 요즈음. 성큼 다가온 봄은 벅찬 기대와 새로운 책임이 동시에 주어짐으로 인해, 의욕과 부담에 함께 휩싸이는 민감한 스트레스의 계절이다.

단편애니메이션 '황금물고기' 속의 주인공 리파이 왕자는 -이 바쁜 봄에 한가하게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쿠난 호수를 찾아간다.

그 곳에 사는 황금물고기는 무엇이든 다 아는 지혜를 지녔기 때문인데, 라파이 왕자의 질문에 대한 황금물고기의 답은 "네 눈으로 보게 되리라"는 엉뚱한 것이다. 왕자는 명상에 잠기고, 그 사이에 물 속에서는 해초들이 자라고 올챙이들도 자라 개구리가 된다.

왕자의 고민은 계속되고, 여름날 다시 호수의 황금물고기를 찾아가지만 이번에도 해답은 없다. 시간이 흘러, 여름의 녹음이 시들해질 무렵, 왕자는 좀더 깊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삶은 평화를 향한 여행 같은데, 이것이 해답일까?

차라리 도피해 버릴까?" 도피 속에서도 해답을 구하지 못한 왕자는 눈 쌓인 겨울날 다시 한 번 황금물고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뜻밖의 대답을 듣게되는데..."지혜를 구하기 이전보다 깊어진 자신을 못 보았는가?" 드디어, 자신의 내면을 발견한 왕자는 감격에 싸이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고 평온하게 떠 있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선문답 같은 이 영화의 반복적인 구성은 지루함 가운데 나름의 집중력과 무게감을 가지고 보는 사람을 고민시킨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외면-표면에 대한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피곤한 현대인의 삶은 이와는 반대되는 '안'-정신, 내면의 빈곤함으로 인한 문제를 너무나 쉽게 지나쳐버린다.

깨달음에 이르는 왕자의 여정은 무언가 얻으려던 의도와 욕심을 가지고 바라보던 자연과 차별 없이 화합되는 일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양의 철학과 화풍을 기본으로 한 이 작품은 수묵화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자연스럽고 소박한 사실주의의 기법으로 내면을 찾아 떠나는 보이지 않는 모험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Joins 송유경 객원기자 <raba1895@unitel.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