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연기금은] 美·英등은 자산 절반이상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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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의 연기금들은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를 주식 투자로 굴리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힘든 게 많다.

우선 미국의 경우 연기금 자산의 53%가 주식이지만 주식 투자는 대부분 기업연금과 지방정부의 공무원연금에서 이뤄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의 기업연금은 근로자와 기업주가 일정 금액을 갹출한 퇴직급여를 펀드 형태로 굴리는 것으로,가장 유명한 '401k' 의 경우 주식 비중은 무려 72%에 달한다.

또 공무원연금의 대명사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칼퍼스)' 의 주식 투자 비중도 69%나 된다.

그러나 미국도 공적연금의 주식 투자는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기금의 경우 법으로 주식 투자를 아예 금지하고 재무성증권 등 안전한 채권에만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을 보면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연기금의 평균 주식 투자 비중은 66%로 미국보다 높다. 하지만 독일.프랑스는 각각 15%와 12%로 매우 낮다.

특별한 제한은 없지만 안전한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오랜 전통의 결과다.

일본의 경우 주식 비중은 평균 17%로 우리보다 높다.

일본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버블경기 시절 30%를 넘기도 했으나 주식시장이 10년 넘는 장기침체를 보이면서 그 비중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연구위원은 "선진국 사례에 비춰 우리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고 전제, "그러나 연기금을 단기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내몰면 과거 투신사들처럼 '자라날 싹' 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강종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연기금이 안심하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며 "기업들은 투명한 회계와 민주적 지배구조, 시가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배가해야 연기금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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