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4대 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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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3500여 종이 넘는 광물이 있다. 하지만 불과 70여 종만 보석으로 인정받는다. 이 가운데 '4대 보석'을 꼽으면 다이아몬드.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다. 이들 보석이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탄소만으로 구성된 유일한 광물로, 이름은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했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결혼 반지로 애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4월의 탄생석이기도 한 다이아몬드는 결혼 10, 30, 60주년을 기념하는 보석으로도 쓰인다.

루비는 강옥 중 적색을 띠는 투명한 광물이다. 이름은 붉은 색을 뜻하는 라틴어 '루베르(ruber)'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루비의 색은 불과 피를 연상시킨다. 오죽하면 최고의 루비가 띤 색을 '피전 블러드(비둘기 피)'라고 표현했겠는가. 이런 이미지 때문에 루비는 뜨거움이나 정열과 함께 힘과 권위도 상징하는 보석으로 여겨져 왔다. 7월의 탄생석인 루비는 결혼 15, 40주년을 기념하는 보석으로 사용된다. 한편 금홍석 결정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여섯 방향으로 빛나는 별을 닮아 '스타루비'로 불리기도 한다.

사파이어는 강옥 중 적색을 제외한 다른 색을 띠는 모든 투명한 광물이다. 띠고 있는 색이 청색이면 그냥 사파이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앞에 색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 '분홍 사파이어' '황색 사파이어'라고 불러야 한다. 사람들은 사파이어 하면 청색을 떠올리고, 실제 사파이어를 살 때도 청색을 가장 선호한다. 사파이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사페이로스(sappheiros.청색)'라는 단어에서 왔다. 9월의 탄생석인 이 보석은 결혼 5, 23, 45주년을 기념한다.

마지막으로 에메랄드는 녹색의 투명한 녹주석이라는 광물이다. 맑고 투명한 녹색을 '에메랄드 그린'이라고 부를 정도로 에메랄드는 널리 사랑받는 보석이다. 그리스어 '스마라그도스(smaragdos.녹색의 보석)'에서 이름을 따온 에메랄드는 생명의 색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봄을 나타내며, 더 나아가 자연에 대한 사랑과 생명의 환희를 표현하기도 한다. 에메랄드는 5월의 탄생석으로, 결혼 20, 55주년을 기념할 때 쓰인다.

4대 보석 중 어떤 것을 가장 좋아하는지는 개인의 기호나 그가 자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현대 사회가 사람들의 문화적인 거리가 좁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 틈은 존재하고 있다. 그 틈에서 다양한 취향과 선호의 스펙트럼이 그려지는 것이다.

문희수 연세대 교수(지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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