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사회 평가보고서 주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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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국제통화기금)는 1일(미국 현지시간)IMF 협정문 제4조에 따라 지난해 11월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한국과의 2000년도 연례협의 결과에 대한 이사회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IMF 이사회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 확대를 권고하는 한편,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에 대해서는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또 금융지주회사는 적절한 지배구조와 규제 장치가 전제되고 은행의 건전성을 희생시키지 않은 범위에서 추진해야 하며 구조조정을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시경제 = 이사회는 한국정부가 지난해 12월 종료된 지난 3년간의 `IMF 스탠바이 협약'하에서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오는 8월까지 IMF 자금을 조기상환하려는 한국정부의 계획을 환영했다.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은 국내수요의 약화와 함께 대외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지난해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전망치보다 더 성장할 잠재력이 있으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정부가 당초 계획을 4년 앞서 지난해 재정흑자를 기록한 점과 관련, 빠른 속도의 재정건전화가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에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욱 떨어지거나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에는 사회안전망 지출 확대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관리 체제 시행성과를 환영하면서도 책임성과 투명성의 강화가 좀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환율의 신축성이 확대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상황이 과도하게 교란되는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부문 = 이사회는 한국정부의 기업부문에 대한 새로운 개혁약속을 지체없이 추진할 것을 권유하고, 사회안전망이 구조조정 진행동안 야기될 수 있는 일시적 혼란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대우계열사 가치의 지속적인 감소와 손실, 그리고 몇몇 현대계열사의 최근 문제들을 언급, 회생가능한 기업의 경영진과 채권단은 부채감축, 비핵심사업 매각 등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야 하고, 회생불가능한 기업들에 대해서 은행들은 기업가치가 더이상 하락하기 전에 청산절차를 강력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법원의 파산기업 처리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사전조정제도 도입과 도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정부가 구조조정과정에 외국인의 참여(자산매입 포함)에 개방적 자세를 유지하고 채권단이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억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사회는 채권펀드 조성 및 CBO(발행시장 담보부증권) 사용증가에 대해 회사채 만기집중과 현재의 약한 채권수요를 감안하면 어느정도 정부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들이 한시적이고 시장왜곡을 최소화하며, 일시적인 금융문제를 가지고 있는 회생가능한 기업에 국한하고,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인식을 기업들이 갖지 않도록 해야 함을 지적했다.

▲금융부문 = 금융부문의 전반적 여건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일부 은행들의 회생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의 최소화, 공적자금의 효과적 사용, 향후 재정부담의 억제를 위해 공적자금의 투입은 구조조정 및 금융부문의 문제점에 대한 궁극적 해결과 연계돼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예금부분보장제 재도입을 시장규율 강화의 일환으로 높이 평가했다.

이사회는 금융기관간 결합과 관련, 대규모 금융집단의 설립이 적절한 지배구조 및 규제가 결여되고, 결합의 구심이 될 은행들의 재무구조와 경영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면서 소규모 은행들을 대규모 은행과 함께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계획으로 인해 중심이 되는 대규모 은행의 건전성과 구조조정이 저해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 당국이 관용을 요구하는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되며 금융감독자들과 경영진들이 규정의 준수보다는 적극적인 위험관리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의 기본틀은 갖춰졌으며 향후 과제는 이의 집행과 그 과정에서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한국경제는 성숙해 있으므로 이제는 정부개입을 자제하고 시장의 규율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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