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결집 노리는 이해찬, 미권스 찾아 ‘정봉주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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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왼쪽)가 3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당 임시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연설회에서 생수를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우상호·김한길 후보. [뉴스1]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은 2일 권리당원(당비를 낸 당원들)들의 모바일 투표를 앞두고 ‘이해찬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미묘한 시점에 이 후보에게 힘을 보태준 것이다. 고 김근태 고문과 이 후보는 박정희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사이다.

 이 후보가 지역순회경선에서 김한길 후보에게 밀려 2위로 처지자 운동권 진영이 결집해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아울러 이 후보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2일 ‘미권스 밴드’ 공연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면서 ‘정봉주 마케팅’을 폈다. 정 전 의원도 김근태 고문계 운동권 출신이다.

 이 후보 진영에서 요즘 자주 나오기 시작한 단어가 ‘정체성’ 혹은 ‘정통성’이다. 최근 이 후보는 연일 김 후보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 여권이 개혁 차원에서 개정해놓은 사학법을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재개정하는 데 합의해줬다고 공격하고 있다. 2005년 열린우리당은 사학재단에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고, 이사장 친족의 참여를 제한하도록 사학법을 바꿨다. 그걸 김 후보가 다시 바꿔주겠다고 했다는 거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개혁적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내 운동권 출신들은 김 후보의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 공천 신청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김 후보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후보 측의 파상공세를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과 비교해 받아쳤다. “이인제 후보가 ‘대세론’이 무너지자 노무현 후보의 색깔을 문제 삼고 나섰던 것과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혁신계 정치인이었던 아버지(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 때문에 어려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고 자랐던 사람한테 정체성 시비는 대단히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학법은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나에게) 개정을 끌어내지 못해 중도 사퇴했을 만큼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신한국당 공천 신청설에 대해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독대한 적은 있지만 ‘아버지를 고문했던 사람들과는 정치를 할 수 없다’며 거절하고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에 입당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정체성’보다 대선을 앞둔 ‘표의 확장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진보적인 사람들과의 연대 자체가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통합진보당이란 그릇에 갇힌 생각만 갖고 있는 건 아니고, 또 다른 편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있지 않느냐” 고 강조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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