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영수증 가져오세요” 신문 읽기 권하는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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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적어도 언론전공 학생이면 시사를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업과 면접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로본드가 뭔지, 국회의원이 몇인지,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면 눈을 감고 길을 나서는 격이죠.”

 학생들에게 신문 읽기를 적극 권하는 한림대 심훈(44·언론정보학부·사진) 교수의 말이다. 그의 ‘언론과 사회’ 강의는 학생들이 각자 가져온 신문을 20분쯤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문을 계속 읽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구독료 영수증 등을 개강 한 달 뒤 제출하게 한다. 매주 신문에서 시사상식 퀴즈를 내 점수에 반영한다. 기사 작성 같은 실습강의도 예외가 아니다. 신문 읽는 시간은 따로 없지만 구독료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심 교수는 “학생들이 신문을 잘 읽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더라”며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중앙일보라면 기자가 300명쯤 될 겁니다. 연봉을 평균 5000만원으로 치면 150억원이에요. 그런 기자들이 최고의 글솜씨로 구석구석 기사 가치 있는 뉴스를 매일매일 집으로 배달해주는 겁니다. 학생들에게 그런 글을, 기사 가치를 보라는 거죠.”

 그는 특히 ‘오감을 통한 체험’이라는 점에서 신문 읽기를 강조했다. “인터넷 브라우징·스크롤로 보면 시각적 체험에 그칩니다. 눈을 통과해 나가버려요. 반면 신문을 손으로 넘겨 읽는 행위는 촉각과 청각까지 동원됩니다. (기사를)‘머리와 마음으로 씹는’ 미각도 있지요. 오감이 동원되는 복합적 체험일수록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음식도 TV 화면에서 본 게 아니라 만져보고 먹어본 게 생생하지 않습니까.”

 학생들이 강의시간에 가장 많이 가져오는 신문을 묻자 심 교수는 “중앙일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내 생각엔 일단 정치색에서 학생들이 부담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세계일보에서 2년 반쯤 일하다 미국 유학을 떠났다. 아이오와주립대·텍사스주립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한림대에 재직 중이다. 강의 중 신문 읽기는 5년 전 시작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도 대학 3학년 때 언론고시반에서 본격적으로 신문 읽기를 시작했어요. 주변에 초등학생 때부터 반강제로 신문을 읽어온 친구가 있었는데, 별별 상식이 참 풍부한 게 정말 부러웠습니다.”

 심 교수는 인터넷·휴대전화 등을 가리켜 “액정화면에 가까울수록 바보가 된다”고 주장했다. “딱딱할수록 오래갑니다. 돌에 새긴 글은 2000년 전의 비석도 전해집니다. 그 다음은 대나무, 거북 등판 등이죠. 현대에는 종이입니다. 액정은 쉽게 삭제되는 데다 너무 많은 정보에 밀려서 어디서 본 듯한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기 힘들어요.”

 그는 신문·책 같은 종이출판물을 ‘오래된 미래’라고 불렀다. “인터넷에 엇비슷한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신문과 책을 통해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있고,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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