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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되는 미국 통상압력

중앙일보

입력

우려했던 대로 미국이 대외 통상 압력을 가시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졸릭 대표 지명자는 엊그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현대전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제금융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규정을 위배하는 행위" 라며 "위반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철강 문제에 대해서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대처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부시 행정부 통상 책임자의 첫 공식 발언이자 경고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 통상정책이 보수성을 띠리란 것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최근 금리를 잇따라 두차례나 내리고 엄청난 정리해고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업계의 요구는 높아지고, 이는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외국에 대한 시장 개방과 통상 압력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이런 사태 변화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동원, 한국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사소한 일들이 본격적인 통상 마찰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현대전자건은 한국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큰 그림 중 일부이지 특정 업체를 위한 지원이나 WTO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업계 역시 통상 마찰이나 시비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미국도 통상 압력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경우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며, 이는 미국 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원칙과 형평에 어긋나는 지원이나 조치는 시장 불신을 초래, 구조조정과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통상 마찰의 소지를 제공해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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