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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며칠 고생한 제품 보고 "버려" 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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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7회 제주포럼 개막 전 특별세션 ‘PC시대의 종말과 IT산업의 미래’에 참석한 스티브 워즈니악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지능지수(IQ) 200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주목받는 ‘IT업계의 구루(guru·최고 권위자)’.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62)을 일컫는 말이다. 그를 업계에선 ‘천재 마법사 워즈’로 함축해 부른다. 워즈니악이 31일 제주도를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중앙일보 등 공동 주최로 이날 제주도 해비치 호텔에서 개막한 ‘2012 제주포럼’의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대화’ 세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제는 ‘PC시대의 종말과 IT산업의 미래’. 그는 한 시간 동안 애플의 창업 뒷얘기, 잡스에 대한 추억, IT산업 미래 등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특히 잡스에 대한 얘기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잡스의 몰락과 재기를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워즈니악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권 분쟁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답을 피했다. 워즈니악과의 대화는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과의 문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종렬 원장

 ◆“잡스 없는 애플, 어려울 수도”

 -애플의 제품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공동 창업자로서 그런 것을 기대했었나.

 “최고의 컴퓨터를 만들어 평범한 사람들이 신속히 교류하고, 학생들이 컴퓨터를 통해 교육을 받는 시대를 꿈꿨다.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애플이 최고의 회사가 될 줄 몰랐다. 당시에는 100만 달러 가치의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처럼 수십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론 예상하지 못했다.”

 -애플의 성공 비결은.

 “잡스의 경영 스타일과 제품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먼저 꼽고 싶다. 애플을 함께 창업할 당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세상을 변화시킬 꿈만을 갖고 있었다. 잡스가 애플을 떠났다 다시 복귀할 당시(1997년) 그는 이미 자신이 창업한 회사(넥스트)를 통해 수백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애플로 돌아와 아이팟을 출시했다. 아이팟의 장점은 플러그인을 하면 바로 콘텐트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함이 아이팟의 성공 요인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새로운 시장을 보게 됐다. 탁월한 제품을 개발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후 고객들은 애플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열광했다.”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을 때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우수한 제품을 만들지 못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 특유의 아이디어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삼성과 구글 등 세계적 IT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애플의 미래 전략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 디자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다른 경쟁사들과 애플의 차이점은 애플이 온라인·오프라인 스토어를 포함해 모든 제품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

 ◆“잡스 의 유산은 여전”

 - 친구로서 잡스에 대한 추억은.

 “우선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잡스와 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토론했다.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잡스는 떠났지만 애플과 제품들은 남아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이다. 다른 회사들도 애플의 이런 모습을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잡스는 애플의 혁신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고 했는데.

 “잡스가 그렇게 얘기했는지는 모르지만 공감한다. 잡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세한 것까지 배려했다. 나 같은 엔지니어들 중에도 이 같은 작업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애플은 이런 원칙을 갖고 기업용이 아닌 개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가 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잡스의 완벽주의가 힘들지 않았나.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똑똑했고, 판단력도 뛰어났다. 젊은 시절 잡스는 스스로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매킨토시를 예정보다 빨리 세상에 내놨다. 애플을 경영하면서 잡스는 우리가 몇 날 밤을 새워 만든 공든 작품을 단지 ‘버려’라고 얘기하며 자극했다. 그는 훌륭했지만 ‘친절한 사람(nice guy)’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아이폰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만큼 철저했다는 것을 알았다.”

 ◆“ 눈앞 수익에 집착하지 마라”

 -노키아와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 가장 큰 요인은 신제품 개발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와도 노키아나 림(RIM) 등은 이를 무시했다. 현재의 매출과 수익만을 생각했다. 몇 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다. 현재 소비자들은 TV 하면 삼성을 떠올린다. 스마트폰도 애플이 우선이지만 삼성과 LG를 생각한다.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미래 사업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환경의 변화에 맞춰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폰·태블릿 PC의 다음은.

 “내가 그걸 알고 있다면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웃음) 향후 애플의 제품에서 보고 싶은 것은 음성을 통해 모든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제주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음성으로 질문하면 컴퓨터가 대답하는 식이다. 이 같은 기술을 접하게 될 시기가 먼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플의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Siri)도 그중 하나다. 시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했다. 이제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도 필요하다. 조만간 많은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CEO를 꼽는다면

 “애플에선 팀 쿡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그가 미국 대통령, 정치인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쿡은 세상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생·대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 잡스랑 어렸을 때 컴퓨터를 테스트할 때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볼 수 있어 행복했다. 생계를 위해 취직했다면 자신만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퇴근 후에는 조용한 자신의 방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 성공하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이런 특성은 어렸을 때부터 길러야 한다.”

올해 일곱 번째 … ‘새로운 트렌드와 아시아 미래’ 조명

◆제주포럼=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국제 행사다. 2001년 시작해 2011년까지 격년으로 열렸다. 올해부터는 매년 개최된다. 올해 주제는 ‘새로운 트렌드와 아시아의 미래’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방안, 경제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 IT산업의 미래, 환경보전, 금융협력, 공적개발원조, 복지 등도 다룬다.

 올해 행사는 제주도·국제평화재단·동아시아재단·중앙일보 공동 개최로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참석한다. 해외 인사로는 오무르베크 바바노프 키르기스스탄 총리, 람베르토 자니에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무총장, 폴 키팅 전 호주 총리,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 등이 참석한다. 국내에선 김황식 총리,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승수 전 총리, 조순 전 경제부총리 등이 자리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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