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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만 부른 부자의 소박한 결혼식, 용감하지 않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오른쪽)와 그의 신부 프리실라 챈.

결혼식. 여러분은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모습이 연상되나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름답게 치장한 신부, 멋진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 그리고 이들을 축복해주는 친척과 친구로 이뤄진 하객들 …. 아직 10대인 여러분들은 이런 낭만적인 모습이 연상될 것 같아요. 20·30대 이모나 삼촌에게 여쭤볼까요? 그들에게 결혼식은 아마 이런 의미일 거예요. ‘그날 하루를 위해 수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며, 친구보다 덜 화려하게 하면 부끄러워지는 번거로운 행사’. 어때요, 너무 삭막하고 재미없나요?

사실 결혼식은 일생일대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살아왔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꾸리면서 서로를 위해 양보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하는 날이니까요.

그런데 유명인들의 결혼식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이런 결혼의 참 의미는 잊혀진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배우자를 소개할 때도 어떤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보다 그의 외모와 학벌·직업에 대해 먼저 얘기하죠.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어떤 모습의 가정을 꾸릴 생각인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어느 동네에 얼마나 큰 집을 장만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는 일도 많고요.

이번엔 좀 특별한 결혼식 기사가 있어서 소개를 할까 합니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결혼 소식이랍니다. 엄청난 갑부이니만큼 화려한 결혼식을 했을 것 같지 않나요? 사진을 보니 결혼식장은 멋진 호텔도 화려한 휴양지도 아니네요.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집 정원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해요. 신랑·신부의 옷차림도, 결혼 예물도 모두 아주 평범한 것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음식은 동네 음식점에서 시켰고, 하객들은 아주 친한 친구 90명만 초대했는데, 이들은 결혼식인 줄도 모르고 참석했다니 … 소탈해도 너무 소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은 저커버그의 결혼식 모습을 보고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식과도 비교해봤어요. 저커버그는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들이 날 초라하게 보지 않을까’ ‘주변에서 비웃지 않을까’ ‘나랑 비슷한 경제 수준이면 초호화 요트 정도는 빌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과 불안은 훌훌 털어내고, 자신과 배우자, 하객들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거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기본, 즉 본질에 충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본래 의미마저 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공부의 본질이잖아요. 성적과 등수는 결과에 대한 평가일 뿐이잖아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공부의 본질은 잊고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의 의미와 행복한 가정에 대한 소망은 잊어버린 채 고가의 드레스와 패물을 장만하는 데 정신이 팔린 신랑·신부처럼요. 지금부터라도 저커버그처럼 용감하게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요?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2012년 5월 21일자 중앙일보 1면 ‘저커버그, 22조원 갑부된 다음날 깜짝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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