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생명과학과 벤처 비즈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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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genome) 이라는 인간 유전자의 코드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신의 영역인 생명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그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종착역중에 하나가 새로운 약품(新藥) 개발이다.

"21세기는 생명과학(biotechnology) 의 시대에, 암 ·에이즈 등 난치병 치료제의 개발과 유전자 치료 기술의 발전 등 의약,의료 분야의 혁명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신약 개발을 필두로 한 바이오테크 산업을 21세기 전략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한 기업만이 독점생산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신간『생명과학과 벤처 비즈니스』는 인간의 지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생명과학이 오늘의 벤처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선진국에 다시 또 기술종속이 되지 않기 위해 익혀야 할 바이오벤처 성공전략을 제시한다.

국내 신약개발 분야의 선구자격인 저자 김완주 박사(씨트리 대표·58) 가 제시하는 성공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처음부터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을 전제로 해서 세계 기준에 맞는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제안은 "우리같은 소규모 기업의 입장에서 많은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과 상품화의 전과정을 담당하지 말고, 상품화 이전 단계 까지만 집중해야 효과적" 이라는 것이다.

독창적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신약제조 기술이나 신물질의 확보과정까지만 우리가 수행하고, 이것을 대형 생산설비와 세계적인 영업망을 갖춘 다국적 기업에 라이센싱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 생명공학 기업인 바이오젠의 경우가 이러한 전략의 성공사례이다.

이를 위해서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집중해야" 하며, 나아가 투자 리스크의 분산과 기술적 시너지 효과를 위해 기업간 짝짓기(M&A) 에 나서야 한다.

김박사가 400쪽 분량의 이 책 절반을 110개에 달하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현황을 자세하게 제시해 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신약개발의 궁극적 지향점이 인류의 질병퇴치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김박사도 우려하고 있듯이 동물복제나 인공장기 등이 초래할 수도 있는 우울한 또하나의 종착점을 기업가의 도덕성에만 맡겨놓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또다른 신간『게놈』(김영사) 은 이러한 사회적, 도덕적 문제를 지적한 책이다. 저명한 과학 칼럼니스트인 매트 리들리가 쓴 『게놈』은 유전정보의 누출, 생명 경시, 인간 차별,생태계 파괴등 과학자나 기업가들이 놓칠수도 있는 문제를 각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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