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임금 4580원 적용 3년 유예했지만 경비원들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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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해고 우려를 보도한 본지 2011년 11월 2일자.

24일 오후 7시 서울 양천구 신정6동 목동 14단지 아파트. 경비원 김모(69)씨는 저녁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퇴근 차량이 밀려들어 협소한 주차장 관리를 할 시간이어서다. 일이 힘든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요즘 이 아파트 단지는 주민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김씨는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대신 경비원을 줄이는 아파트가 많다”며 “새 주민대표가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 근로자의 시간당 최저임금 4580원을 100% 적용하려던 계획을 3년간 유예했다. 시간당 4580원을 적용하면 임금이 올라 경비원을 대량해고하는 아파트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자 2014년까지 최저임금의 90% 지급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한 것이다(본지 2011년 11월 2일자 1, 4, 5면 보도). 현재 경비원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의 90%인 4122원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기준 경비원 월 임금(하루 24시간 맞교대, 휴식시간 6시간 가정)은 123만원이어야 하는데 90%를 적용해 111만원을 받는 것이다.

 고용부가 29일 발표한 ‘전국 900여 개 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의 고용·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경비원 감원율은 1.1%에 그쳤다. 2006~2010년 연평균 감소율(1.9%)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11월 실태조사에서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면 예상 감원율이 12%였던 점을 감안하면 ‘연착륙’한 셈이다. 지난해 본지에 보도된 목동 14단지도 올 5월 경비원 감원을 주민투표에 부쳐 경비원 수(128명)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을 냈다. 당시 본지에 소개됐던 경비원 박종식(70)씨도 근무 중이다.

 하지만 경비원들이 불안해하는 ‘4580원의 역설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채수천 경기도연합회장은 “ 2015년 최저임금 100%를 지급하게 되면 대량 실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비원 박종식씨는 “최근엔 계약을 1년이 아닌 6개월, 3개월 단위로 한다”며 “덜 받아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비원들의 고용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정책을 더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1월 경비원들의 임금 지원을 위해 도입한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제도’의 수혜폭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화 기자

◆감시·단속 근로자=아파트·대학·빌딩 등에서 건물이나 주차 관리를 하는 근로자. 전국에 40만 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87%가 60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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