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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서 만나는 자연, 정복보다 순응의 진리 깨달으라 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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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최초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인 ‘천안항공’은 자연과 교감하며 스트레스를 날린다. [사진=천안항공]

“자연과 교감하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빠져드는 느낌을 아십니까?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떠돌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경이로움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일상 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하늘’에서 푼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색 레포츠로 잘 알려진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천안항공’ 회원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10명의 정회원들은 오직 ‘하늘’이라는 관심사 하나로 뭉쳐 산(山)을 발 아래 둔 채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탈출해 모든 근심 걱정을 털어낸다.

천안항공은 1994년 결성된 천안 최초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로 유명하다. 지금은 6~7개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천안항공이 만들어질 당시만해도 특전사나 공수부대 출신인 몇 명만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정도로 이색적인 레포츠였다. 더욱이 패러글라이딩은 누구나 흔히 알고는 있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포츠로 알려져 있어 도전하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이는 막연히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다’‘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위험 부담이 클 것이다’ 등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편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많은 레포츠 중 가장 경제적이면서 안전한 레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천안항공’ 회원들이 지난 20일 비행을 위해 천안 흑성산에 모였다.

“초기 비용은 어떤 레포츠나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패러글라이딩도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400만원 이상의 초기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소모성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구입하면 수십 년을 사용할 수 있죠. 사실 다른 레포츠들은 지속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니 경제적인 면에서는 패러글라이딩만한 레포츠가 없죠. 안전성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켜야 할 것만 잘 지킨다면 안전성에 있어서도 최고의 레포츠라 할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하늘을 날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만으로 묘한 쾌감을 느낀다는 천안항공 회원들은 일주일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한주간의 날씨를 체크한다. 그리고 주말이나 휴일, 맑은 하늘과 알맞게 불어주는 바람만 있다면 20여 ㎏의 장비를 메고 산을 오른다.

하지만 천안항공 회원들은 하늘 위에서 자연과 교감한다고 해서 결코 교만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아니 교만해지는 순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자연은 교만한 인간이 하늘을 날며 우쭐대는 모습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면서 자연의 힘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느낍니다. 지상의 기후와 하늘의 기후는 언제 바뀔지 모르거든요. 특히 봄에 부는 바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무리하게 비행을 하면 안됩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한다는 큰 진리를 깨닫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은 이·착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착륙하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 예상한 착지 지점보다 멀리 날아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갑자기 바람이 멈춰 급격하게 착륙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벼운 타박상을 입기도 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안 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경력 3년 차의 홍일점(정회원) 윤서현씨는 “패러글라이딩을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막상 도전하려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바람을 따라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만 봐도 날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아산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양혜근씨는 “패러글라이딩은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레포츠라는 점에서 교과 지도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에게 과학적 원리와 함께 하늘에서 느낀 짜릿함을 설명하면 학습 집중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천안항공 회원들은 다양한 직업과 각기 다른 사연으로 패러글라이딩과 인연을 맺었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바람을 따라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행복감에 사로잡혀 틈만 나면 먼 하늘을 올려다 본다.

 천안항공 이덕근 회장은 “사업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하늘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모든 잡념을 털어내면 또다시 세상과 맞붙을 용기가 생겨난다”며 “개인적으로는 어느덧 200회 비행을 달성했지만 모든 회원들이 오래도록 아무런 사고 없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항공은 매주 천안 흑성산에서 자율적인 비행을 하고 매월 1회씩 정기모임을 갖고 전국 곳곳의 산을 다니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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