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올해 무역전선 '한파 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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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역전선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1월 무역수지는 국내외 경기가 주춤하는 데다 설 연휴까지 겹쳐 과연 흑자를 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전반적인 수출여건이 어렵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3대 품목의 세계 시장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데다 엔화약세도 수출시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 어두운 수출전망〓산업자원부는 올해 수출을 전년대비 10.4% 성장한 1천9백10억달러로 전망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이 전망치는 올해 ▶유가는 배럴당 25달러 이하, 엔화는 달러당 1백5엔대를 유지하고▶강력한 에너지 절감책 병행을 전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들은 최근 하루 1백5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고, 엔화는 최근 다소 오름세를 보였으나 전반적으로는 약세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같은 수출여건을 감안해 "올해 수출증가율이 7~8%면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 털爭邨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반도체.철강.유화 등 3대 수출품목의 시장전망이다.
이 품목들은 지난해 모두 4백17억달러어치를 수출해 한국 전체 수출(1천7백26억달러)의 24%를 차지했다.

올해도 무역수지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64메가SD램 현물시장 가격이 지난해 연말 평균가격(3.55달러)보다 뚝 떨어진 2.8~3달러선을 오가고 있다.

이 가격대는 국내 D램 업체들의 원가 이하 수준.
해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D램 시장 성장률을 19%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D램의 경우 생산공정 개선 등으로 생산성이 연간 40~50% 개선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과잉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 3분기 이전까지는 가격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통상압력 타깃인 철강은 미국에 수출하는 22개 품목 중 현재 16개 품목이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일본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고든 모팻 유럽철강협회(EUROFER)대변인이 최근 아시아 등 지역의 14개 국가에서 수입되는 핫코일과 냉연강판, 아연도금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며 한국산 철강이 추가로 제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건 악화를 감안, 정부는 올해 철강수출이 지난해보다 5.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중동.중국 등 아시아지역의 대규모 신.증설이 완료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신.증설된 설비는 2백80만t정도며, 사우디아라비아도 1백30만t의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 국내시장 개방압력도 커질 것〓전문가들은 올해는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도 문제지만 미국.EU 등의 국내시장 개방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KOTRA 워싱턴 무역관은 로버트 졸릭 신임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미국 상품의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교역 상대국에 무역협정 이행을 강제할 것을 공언한 만큼 한국은 시장개방압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던 샬린 바셰프스키 전 USTR 대표는 "한국 자동차시장에 교역장벽이 남아있으며, 부시 신정부도 이를 개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처음 열린 세계무역기구(WTO)분쟁해결기구회의에 참석했던 유럽연합(EU)측 대표는 "한국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치를 고려할 때 WTO 협상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될 수 없다" 는 요지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원 황희성 연구위원은 "올해는 서비스.농수산물.자동차시장 개방압력이 특히 강화될 것" 이라며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EU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개방폭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전망"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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