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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스타 제친 '미모 1위' 女골퍼 "아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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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후 2010년 LPGA 신인왕을 거친 무뇨스는 올해는 상금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미모까지 뛰어난 무뇨스는 LPGA를 이끌 미래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나폴레옹은 스페인 원정에 실패한 후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유럽이 아니다”고 말했다. 낙후된 스페인에 대한 비하이기도 했고, 유럽 통합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철군하는 명분용이기도 했다.

골프세계에서도 스페인에 대해 비하가 많았다. 30여 년 전만 해도 스페인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풋웨지는 잘 쓴다”는 것이 주류였다. 풋 웨지(foot wedge)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발로 공을 차 좋은 라이로 옮겨 놓는 것을 말한다. 룰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낙후된 국가 중 하나였던 스페인 선수들은 실제 에티켓이나 룰을 지키지 않는 면이 있었다.

조롱받던 스페인 골프는 세베 바예스트로스(지난해 작고)를 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1979년 디 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날 주차장으로 들어간 공을 버디로 연결하는 신기의 리커버리 샷으로 우승한 바예스트로스는 스페인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 이후 미겔 앙헬 히메네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세르히오 가르시아, 알바로 키로스 같은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스페인은 골프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나라가 됐다.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을 압도하게 된 것은 투우 소 같은 스페인 선수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온 여성 골퍼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 카드를 가진 스페인 선수는 5명이다. 남자만은 못하지만 뚜렷한 발전을 하고 있다. 스페인 여자 골퍼 중 선두주자는 지난 21일 끝난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아사하라 무뇨스(25)다. 2010년 LPGA 투어 신인왕인 그는 26일 현재 투어 상금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무뇨스의 세계 랭킹은 19위다. 스페인의 남자 선수 중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좋은 선수는 21위의 세르히오 가르시아다.

무뇨스의 최근 경기 기록은 매우 뛰어나다. 매치플레이 우승은 물론 4월 열린 모빌 베이 챔피언십에서 4위,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 나비스코 챔피언십 15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다.

무뇨스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롤모델이라고 한다. 스페인 선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골퍼가 아니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라파엘 나달(26)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클레이 코트의 제왕’인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나달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유명하다. 24세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고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골프도 좋아한다.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에서 “부상당한 이후 골프 선수로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썼다. 나달은 자선 골프대회에도 종종 나간다.

라파엘 나달의 별명은 ‘라파’다. 스페인에서는 종종 이름을 줄여 별명으로 쓴다. 아사하라 무뇨스의 별명은 ‘아따’다. LPGA 투어 선수들이 아사하라를 발음하기 어려워해 그렇게 부른다. 무뇨스와 친한 한국 선수들은 그를 ‘아싸’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아싸’가 매우 즐거울 때 쓰는 말”이라고 알려줬더니 무뇨스가 “그럼 한국에서는 아싸라고 불리면 좋겠다”고 했다. LPGA 투어 사무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변진형씨의 전언이다.

무뇨스는 LPGA 투어 중계 카메라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잡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LPGA 투어에 입성한 2010년 이후로 “누가 투어에서 가장 예쁘냐’는 LPGA 팬들의 사설 투표에서 자주 1위에 오르고 있다. 나탈리 걸비스(미국)나 안나 로손(호주) 등 원조 섹시 스타들은 무뇨스의 뒤로 밀리고 있다. 외모뿐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무뇨스를 LPGA 투어가 차세대 스타 선수로 밀고 있다.

무뇨스는 스페인 남부 해안 말라가 출신이다. 미겔 앙헬 히메네스와 같은 지역 출신이다. 그는 “8살 때 동네에 드라이빙 레인지가 생겼는데 토요일엔 아이들이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랑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2002년 15세의 나이로 스페인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2008년엔 US 여자 아마추어에서 2위를 했고 2009년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챔피언이 됐다.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 스테이트대학을 다닌 무뇨스는 2009년 팀이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무뇨스는 2009년 대학 올스타에 뽑혔고 NCAA ‘올해의 모범생’에도 뽑혔다. 무뇨스는 심리학을 전공해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2005년 미국에 올 때만 해도 영어를 거의 못했다. 무뇨스는 “첫 학기에는 언어 문제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 스페인어를 하는 친구들하고만 어울렸는데 이후 마음을 바꿨다. 나는 빨리 배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무뇨스는 LPGA 투어 Q스쿨 직전인 9월 프로로 전향해 5위로 통과했고 유럽 여자 투어 마드리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2010년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매치플레이에서도 강한 편이다. 2011년 유럽과 미국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매치 상대인 모건 프리셀(미국)의 슬로플레이 벌타 사건으로 빛이 바랬지만 무뇨스의 실력은 눈부셨다.

무뇨스는 린지 라이트(호주)를 4홀 차, 카리 웹(호주)을 2홀 차로 꺾었다. 요즘 컨디션이 좋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5홀 차로 압도했다. 청야니를 꺾고 올라온 캔디 쿵(대만)도 너끈히 눌렀다. 무뇨스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18번 홀에서 한 번도 경기를 하지 않고 우승했다. 상대를 압도했다는 뜻이다.

무뇨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리가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방향은 똑바로 친다”고 했는데 올해 거리를 좀 늘렸다. 올해 드라이브샷 거리는 258야드다. 그린 적중률은 72%로 LPGA 투어 10위다. 무뇨스는 다혈질인 스페인 선수들과 달리 경기 중 매우 침착하다. 무뇨스는 “모건 프리셀이나 폴라 크리머가 경기 중 화를 낼 때가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화를 풀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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