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성역 깨기 나선〈PD 수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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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의 시사 프로그램〈PD 수첩〉이 16일 밤 '다시 신문개혁을 말한다'란 제목으로 신문을 향해 또다시 칼을 빼들었다.

〈PD 수첩〉이 신문에 대해 비판의 포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98년이나 지난해에 비해 표현이 훨씬 직설적이고 강도도 높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 신문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직화되고 있는데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여서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은 예전과 달리 한층 무게가 실려 보였다.

〈PD 수첩〉은 시작 타이틀에서부터 일부 신문사 사주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비쳐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성역 깨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처음부터 해당 신문사들이 '역린(逆鱗)'으로 여기는 민감한 부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정길화 PD가 연출과 진행을 맡은 전반부는 시종일관 사주 문제에 집중됐다.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의 고려대 앞 취중 돌출행동에서부터 사옥 임대를 둘러싼 대정부로비설과 기명칼럼 삭제 압력 의혹을 폭로하는가 하면 김회장의 아들인 김재호씨가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거론했다.

또한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K호텔 건립 당시 특혜 시비와 이른바 '밤의 대통령' 운운했던 비화를 들어 칼날을 겨누었으며, 수십억원의 탈세 혐의로 구속됐던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이례적으로 경미한 판결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경영 일선에복귀한 사실에 대해서도 특혜설을 제기했다.

후반부를 맡은 김정규 PD는 신문시장 자체의 모순과 그릇된 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 그는 신문들이 얼마나 엄청난 부채와 판촉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소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지는 신문사가 나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자를 갚아나가기는커녕 영업이익을 남기지도 못하는 신문사가 퇴출되지 않는것은 당연히 특혜라는 지적이며 이 과정에서 기사의 왜곡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질타이다.

이어 제살깎기식 신문판매 경쟁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으며 신문들의 지나친 광고의존율과 무질서한 광고시장에 대해서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PD 수첩〉은 족벌체제로 대표되는 신문의 소유구조와 신문시장의 불공정 관행이 기사의 왜곡을 낳는다고 결론맺고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 설치의 시급함을 역설했다.

'PD 저널리즘'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PD 수첩〉이 이처럼 언론사간 '침묵의카르텔'을 과감히 깨고 신문개혁의 문제를 집중조명한 것은 성역 허물기란 측면에서나 시의성 있는 의제 설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비록 유력 신문사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론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미흡한데다가 신문개혁의 목표와 추진방식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려는 시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유력 신문사가 어째서 독자로부터 가장 많이 선택받고 있는지는 도외시한 채 싸잡아 '비리의 온상'이고 '왜곡보도의 주범'인 양몰아붙인 것도 또다른 불공정 보도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이 또다른 1회성 폭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좀더 균형적인 시각의 토대에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낼 수 있는 치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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