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을 위한 포털 가능성있는 틈새시장이죠"

중앙일보

입력

㈜코지라이프(http://www.cozylife.com) 는 장애인들의 회사다. 11명의 임직원 가운데 7명이 장애인이다.한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이석형(40) 사장 등 3명은 지체장애인, 또 다른 3명은 청각장애인, 1명은 언어장애인(뇌성마비) 이다.

웹사이트 내용도 장애인 포털 서비스다. 1999년9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그해 12월에는 장애인을 위한 자동차정보제공 서비스를 추가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장애인용품을 파는 쇼핑몰을 개설했고, 올들어서는 자동차를 장애인들이 쓸 수 있도록 개조하는 사업에도 나섰다.

이사장은 의욕적으로 사업을 늘려가는데 대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움직여야 세상이 바뀐다" 고 말한다.

전자상거래 사업과 관련해서는 "비록 장애인용품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참여한 업체가 많지 않아 가능성 있는 틈새시장" 이라고 강조한다.

이사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89년 장애인복지신문사를 선배들과 함께 설립해 운영한 경험도 있고, 현재 서울장애인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각종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장애인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것은 "장애인들도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라고 한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벤처나 닷컴 기업과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6층짜리 상가건물 맨 위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에서 이사장을 만났다.

- 사무실이 외진 곳에 있는데.

"원래 중곡동에서 시작했는데 규모가 커져서 지난해 12월 9일 이곳으로 옮겼다. 장애인들이 많아서 사무실이 1층에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조건에 맞는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 직원 중에 장애인이 많은데 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나.

"장애인을 우선 뽑는다. 최근 콜센터 직원 1명을 채용했는데, 당초 시각장애인을 쓰려다 적당한 사람이 없어 할 수 없이 비장애인을 골랐다."

- 장애인들이 많아서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나.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업무에 지장받는 경우도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못하다. 대신 글로 쓰면 명확해진다.그래서 사무실 내에서 채팅도 많이 한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돼서 생산성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노력해서 해결할 부분이다''"

- 장애인단체 경력이 많은데, 인터넷 사업은 왜 시작했나.

"내 밥벌이도 하면서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업을 하면 가능할 것 같아 97년말 집사람과 함께 책을 사서 공부했다. 나는 중간에 포기했는데, 집사람은 계속 공부해서 지금 회사 상무로 일하면서 개발까지 담당하고 있다(그의 부인은 비장애인이다) . 장애인들의 생활에 즐거움을 주고, 교육을 받을 권리 등 인권을 신장하는 게 목적이다."

- 장애인 관련 시장이 너무 좁지 않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장애인 시장을 하나하나 개발해 나가고 있다. 자동차를 시작했고, 재활지원도 한다.성생활.매거진 등 할 일이 많다.장애인들을 지원할 때 그냥 줄 게 아니라 시장논리를 적용해 이들이 경제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해 주면 시장도 커지고 일자리도 많아진다. "

- 자동차 개조사업도 시작했는데, 올해 목표는.

"자동차 사업은 지난 8일 시작했는데 하루만에 2대 주문이 들어왔다. 휘발유 차를 LPG용으로 고치는 것이다.지난해에는 사업초기여서 쇼핑몰 매출이 2억원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쇼핑몰에서 20억원, 자동차 개조 쪽에서 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

- 회원관리를 하다 보면 장애인들의 요구사항도 많이 들을텐데.

"회원중 절반이 장애인이다. 또 25%는 가족.친지 등이 장애인이거나 관련업무를 하는 사람이고, 나머지가 일반인이다. 이 사람들도 우연히 들른 것은 아니고 장애인 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회원들의 요구사항은 정보를 많이 달라는 것과 장애인들의 생활 중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달라는 게 대부분이다."

- 장애인들의 정보화가 부진한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구는 전체의 38.7%인데 장애인의 경우 9.5%에 불과하다. 정보화가 되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이동의 어려움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PC보급이나 교육이 뒤따르지 못해 정보격차가 더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 일도 많을 것 같다.

"장애인 단체들과 사업을 함께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장애인들에게 전용선을 깔아주고 컴퓨터 등 관련기기를 보급하는 등 정보화사업을 지원하면 우리 사업에도 보탬이 된다. 힘에 부치면 국가기관.사회단체와 연계할 계획이다."

- 장애인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교육.노동.이동문제 등 기본권 확보가 절실하다.정부나 사회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당사자들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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