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떨리는 단판 승부 매치플레이, 톱 랭커에겐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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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떨리는 긴장 속에서 단 판 승부를 펼쳐야 하는 매치플레이는 선수들에게 잔인한 게임이다. 스트로크플레이는 하루 못 쳐도 남은 라운드에서 만회할 수 있지만 매치플레이는 하루 못 치면 끝이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무명 선수가 세계 톱 랭커를 꺾는 이변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톱 랭커 중에서는 매치플레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세계랭킹 5위 크리스티 커(미국)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세계 72위 비키 허스트에게 발목을 잡혔다. 크리스티 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2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크리스티 커는 이 날 4홀을 남긴 14번홀(파4)까지만 해도 1홀차 리드를 지켰다. 그는 4번홀(파4)과 8번홀(파3)에서 승리하는 등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 2번홀(파5)만 따낸 비키 허스트 보다 16강 진출이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커가 경기 후반 갑자기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커는 샷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더 이상 버디를 잡아내지 못했다. 반면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허스트는 동률을 이뤘다.

결국 1홀 차 우세를 지키지 못한 크리스티 커는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장전에서도 크리스티 커는 샷이 흔들렸다. 두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1타를 잃은 커는 결국 보기를 범하며 파 세이브에 성공한 허스트에 패했다.

세계랭킹 3위이자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1회전에서 62번 시드를 받고 대회에 출전한 세계랭킹 210위 조디 이와트(잉글랜드)에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쇼트게임의 귀재로 세계랭킹 4위에 오른 미야자토 아이(일본)도 64강전에서 61번 시드를 받은 세계랭킹 166위 마리아호 우리베(콜롬비아)에게 패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랭킹 9위 신지애(미래에셋)는 세계랭킹 38위 안나 노르드비스트(스웨덴)에게 2홀 차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이 대회에 출전한 64명의 선수들 중 톱 시드20 안에 드는 선수 11명이 32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청야니(대만)와 최나연(SK텔레콤)은 톱 랭커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32강전에서 케이티 퍼처(미국)에 3홀 차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2위 최나연은 신지은(아담스골프)을 2홀을 남기고 3홀 차로 이기고 16강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나연은 20일 대회 16강전에서 모건 프리셀(미국)과 8강 진출을 놓고 샷 대결을 펼친다. 청야니는 캔디 쿵(대만)과 경기를 한다.

16강 진출에 성공한 유선영(정관장)은 16강 전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유소연(한화)은 캐서린 헐(호주), 양희영(KB금융그룹)은 안나 노르드비스트(스웨덴)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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