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미디어그룹, 인터넷 사업 축소

중앙일보

입력

미국 나스닥의 폭락과 함께 `닷컴''으로 통칭되는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미국내 주요 미디어그룹들 역시 채산성 악화와 광고수주량 격감을 이유로 온라인 사업부문의 인력감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디어기업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업공개일정을 취소하는가 하면 온라인사업 파트너와의 제휴를 단절하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디어기업들 사이에는 미래 사업확장계획에 있어서 인터넷 분야가 각광받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측면지원 역할을 담당할 뿐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형 미디어업체들이 인터넷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은 지난주 뉴스코퍼레이션과 뉴욕타임스가 인터넷으로 급부상한 웹MD, 스트리트닷컴 등과의 제휴관계를 각각 단절하고 자체 온라인 부문의 간부사원을 대폭 감원하는 조치를 발표한 이후 더욱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분야의 대규모 감원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실직자가 거리로 몰려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신문사들은 여전히 수익성이 낮은 인터넷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ABC 방송을 소유한 월트디즈니에서 온라인사업부문으로 분사한 디즈니인터넷그룹은 지난해 10월로 마감된 회계연도에서 2억1천7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3천명의 직원들이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스탠퍼드 C.번스타인의 미디어 분야 분석가인 톰 월진은 "광고수주 감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여분의 자금이 넘쳐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광고수주량 격감으로 각 미디어기업들이 핵심사업에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운영비용이 만만찮은 온라인사업을 어떻게 계속 유지해나갈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일부 미디어기업들은 인터넷사업이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가치있는 사업분야로 여기고 있으나 이를 독립적인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온라인 사업부문에서 450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을 해고하고 나머지인력을 모회사인 폭스, 폭스뉴스채널, 폭스스포츠 등으로 전환배치하는 한편 이들로 하여금 각 웹사이트의 프로그램 프로덕션을 담당하도록 했다.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가을 온라인사업의 확장계획을 폐기하고 앞으로 디스커버리의 웹사이트를 자체 케이블채널과 제휴, 공생관계를 유지해나가도록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온라인사업부문의 주식매각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며 대신 지난 7일 온라인 사업부문의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의 러셀 T. 루이스 사장은 타임스가 독자 및 광고주들을 위해 인터넷을 `부가적 매체''로 계속 유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소유의 NBC방송은 일찌감치 NBCi를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면서 인터넷분야에 가세했으나 NBCi의 채산성이 악화되자 GE가 직접나서 정리해고와 사업규모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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