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스크랩한 책 30권…38년 공무원 생활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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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곽태웅 완도군 기획예산실장이 신문 스크랩북을 보여 주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정제된 것들이 딱 들어오니까, 양이 방대한 책보다 낫고 편리하죠. 38년 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신문 덕을 많이 봤습니다.”

 곽태웅(59) 전남 완도군 기획예산실장의 이야기다. 곽 실장은 매일 종합일간신문과 경제신문 15가지를 읽는다. 필요하다 싶은 기사는 오려서 보관한다. 아침에 집에서 2개 신문을 읽고, 나머지 신문들은 출근 후 업무 시작 전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읽는다. 업무 시간 종료 후에도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사무실에 남아 신문과 씨름한다. 이 때 관심이 있는 기사를 칼로 오려서 스크랩한다.

 “1991년 군청 홍보계장을 맡으면서 신문과 친구가 됐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됐습니다. 21년째 하다 보니, 이제 살아가는 데 하나의 즐거움이 됐어요.”

 곽 실장은 신문을 읽으면서 하루하루 지식이 쌓이고, 시사에 밝아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말을 거침없이 주고 받을 정도 다.

 기사 스크랩을 하면 어설프게 알던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너무 오래돼 효용성이 떨어진 것은 정리하고 현재 관리하는 스크랩북이 30권이 넘는다. 인사 이동 때마다 꼭 챙겨 가지고 다니는 ‘지식과 아이디어의 창고’들이다.

 그는 신문이 공무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신문을 많이 보라고 권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기사도 꼼꼼히 봅니다. 기사화된 행정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우리 완도에 대입시켜 보기도 하죠. ” 그는 “신문을 통해 정부나 각 부처의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신문이 각 분야를 두루 다루기 때문에 정책 개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도 관광 업무를 담당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올해 말 정년을 앞두고 다음달 말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그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신문을 안 본다”며 “ 습관 들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맛을 알게 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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