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 하세요, 주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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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주영

박주영(27·아스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군 입대 연기 파문에서부터 대표팀 발탁 여부까지 축구계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선수 자신은 음지에 꽁꽁 숨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박주영은 올해 초 병역 관련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8월 전 소속팀 AS 모나코(프랑스)의 협조로 모나코 장기 체류권을 얻어 군 입대 시기를 늦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주영은 만 37세가 되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군 입대 시기를 합법적으로 늦췄다. 17일로 예정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예비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이 부분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박주영 발탁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박주영과 관련한 논란을 알고 있었지만 기량과 경험을 높이 사 선발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자신의 결정에 따른 안팎의 비난은 직접 떠안겠다고 했다.

 최 감독의 의지를 읽은 대한축구협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박주영 측에 15일께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것을 제의했다. 군 입대를 늦춘 과정과 이 사실을 미리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팬들에게 직접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향후 입대 시기를 분명히 밝혀 부정적 여론을 누그러뜨리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박주영은 축구협회 측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 다급해진 축구협회가 재고를 요청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축구협회와의 연락 통로마저 차단해 버렸다. 축구협회는 박주영의 귀국 일정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당초 귀국 예정일이던 15일에는 ‘박주영이 오후 중 입국한다’는 소문이 언론사에 퍼지면서 취재진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나눠 지키는 해프닝도 있었다. 박주영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귀국했는지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박주영이 해명 대신 은둔과 함구를 선택하면서 ‘박주영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에는 ‘국가대표 발탁에 대해 의욕을 보이지 않는 선수가 대한민국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녹아 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자를 감싼 최강희 감독의 배려를 박주영이 무례하게 저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많은 축구인은 “병역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비 엔트리 발표 전에 박주영의 기자회견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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