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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혐오증에 메르켈도 비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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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럽에 부는 긴축정책 후폭풍이 프랑스에 이어 독일 집권세력을 강타했다. 앙겔라 메르켈(58) 총리가 이끄는 독일 다수당 기독민주당(CDU)이 13일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회 선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 최저 득표율 26.3%를 기록했다. 2년 전 선거 때에 비해 8.3%포인트 추락했다. dpa통신 등 외신들은 메르켈 정권의 긴축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CDU 인기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6일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등 최근 유럽의 각종 선거에서 국민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해 온 집권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표에서 사회민주당(SPD)은 39.1%로 주의회 다수당의 위치를 지켰다. 이 당과 함께 주정부를 이끌고 있는 녹색당은 11.3%의 표를 얻었다. 이로써 두 당은 소수 정당과의 연대 없이도 주의회를 장악하게 됐다. 이 지역 SDP 대표인 여성 정치인 한네로레 크라프트(51)는 잠재적 연방 총리 후보로서 입지를 더욱 굳혔다.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서부 공업지역에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주라는 점에서 독일의 민심을 보여 주는 시금석이다. 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이곳의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3년 뒤 총선에서 집권했다가 2005년 이 지역에서 패배한 뒤 넉 달 후 총선에서 메르켈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는 연방 총선에서 3선을 노리고 있는 메르켈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메르켈이 이끌고 있는 CDU와 자유민주당(FDP) 연립정부는 지난 6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의회 선거에서도 의석을 크게 잃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선거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찬반 투표 양상으로 전개됐다. CDU의 주대표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 환경장관은 주정부의 지출 삭감을 주장했다. 이에 SPD의 크라프트는 교육예산 확충 등 정반대 노선으로 맞섰다.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공립 스포츠시설 폐쇄 등의 긴축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독일 해적당은 7.8%를 득표해 주의회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해적당은 지난해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도 8.9%를 득표했다.

 한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베를린에서 만나 주요 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유로존 긴축정책을 주도했던 메르켈 총리는 긴축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올랑드 당선자는 긴축보다는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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