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역조건 금융위기 이후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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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의 교역조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올해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수입가격 상승 탓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낮아졌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일정한 양의 상품을 수출한 돈으로 수입해올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비교한 것으로 2005년(100)이 기준이다.

이 지수가 75.1을 기록한 건 2005년에 수입 상품 100개에 해당했던 수출품의 가치가 올 1분기에는 수입 상품 75.1개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1988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던 2008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홍경희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과장은 “수입물량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원유의 수입단가가 크게 오르는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이 크다”며 “전반적으로 수출 단가보다 수입 단가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지수가 2010년 3분기 87.3을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우리 수출품은 싸게 팔리고, 수입품은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수요가 살아나 수출단가가 올라야 하는데,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태라 교역조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수출과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0월 9.9%로 예상했던 올해 수출 증가율을 최근 5%로 낮췄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고, 유로존의 재정위기도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연간 경제 전망치가 거의 절반으로 깎이는 건 이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기존 3.7%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신흥국의 성장 위축 등으로 세계 교역 규모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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