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금강산관광 중단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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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1998년 11월 시작한 금강산 관광 사업이 2년2개월 만에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이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그동안 누적된 적자로 자본금이 바닥난 데다 신규 출자나 대출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지난해 말 북한에 실무진을 보내 "관광수수료를 깎아달라" 고 요구하고 "이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 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이와 함께 우리 정부에 대해 카지노와 면세점을 열 수 있게 해 달라고 지난해 12월 29일 최종 건의문을 냈다.

현대측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 사업을 포기하고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도는 국제 크루즈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아산의 누적적자 규모는 3천3백15억원이며, 금강산 현지에 휴게소.온천장 등을 짓는 데 1천4백47억원을 추가로 썼다. 자본금(4천5백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이 때문에 북한에 내야 하는 1월분 수수료를 지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될 경우 현대가 추진 중인 개성공단 조성 및 이 일대 관광사업은 물론 남북경협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도 그동안 현대에서 해마다 1억5천만달러를 받아 연간 3억~4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를 메워와 이 돈이 끊길 경우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정부가 98년 9월 16개 부처 장.차관 회의를 거쳐 금강산 사업을 허가하면서 카지노.면세점 사업도 포괄적으로 승인해줬으나 시행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당시 원칙적인 승인만 했으며, 시행 시기는 별도로 정하기로 했었다" 며 "북한 왕래가 국제교류가 아니어서 두 가지 사업을 허가하는 데는 법리상 문제가 있는 데다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도 있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민병관.정경민.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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