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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도 외주업체도 인터넷으로 '척척'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의 바다에는 창업 정보 뿐 아니라 사람 정보도 널려 있지요."

지난해 3월 자본금 2억원으로 법인 등기를 마친 부산 범천동의 ㈜코투. 아이스크림 케이크 포장용기를 만들어 지난해 하반기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린, 겉보기엔 평범한 영세업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제품 아이템이나 회사 꾸려나가는 솜씨가 만만찮다.

사업 아이디어만 창업자의 머리에서 나왔을 뿐 독특한 동업(同業) 체제를 구축하고 직원과 외주 업체를 구해 회사 골격을 갖추는 일을 대부분 인터넷으로 해결했다. 자기 힘으로 되는 일, 안되는 일은 진작 가려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내 활용했다. 그 결과 창업 석달만인 지난해 5월 정부 공인을 받은 어엿한 벤처기업이 됐다. 유명 제과업체 등에 납품을 시작해 11월부터는 월 매출 6천만원, 순익 1천만원의 실적을 거두는 등 힘차게 출발했다.

예상철(31) 사장은 "전통산업과 인터넷.지식 산업을 구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면서 "무슨 회사를 하든 경영방식을 디지털화하는 게 바로 e-비즈니스" 라고 강조했다.

◇ 혼자 못하면 함께〓이 회사의 아이템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스티로폴 포장용기 뚜껑에 드라이아이스를 넣는 공간을 별도로 만드는 것. 종전에는 배달 중 케이크를 녹지 않게 하려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봉지를 케이크 주위 상자 바닥에 까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입에 대거나 만지다가 동상을 입기도 해 업계의 고민거리였다.

코투는 뚜껑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공기보다 무거운 냉기를 자연스럽게 케이크에 뿌려주는 효과를 높였다. 뚜껑을 열면서 드라이아이스에 물을 조금 부으면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며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芮사장은 "직장생활보다 사업에 매력을 느껴 대학(3학년) 을 중퇴한 뒤 3년동안 드라이아이스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느낀 불편을 사업화했다" 고 말했다.

이런 사업분야는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해 생산.영업.관리 쪽에서 함께 뛸 사람과 자금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서도 그의 경력은 큰 역할을 했다. 부산지역 PC통신 벤처창업 동우회 활동을 이끌어 온 芮사장은 인터넷을 통해 출자하고 함께 경영할 동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여기서 모인 사람들이 오늘날 이 회사의 주역들이다.

군 복무 중인 김영용씨(27) 와 증권회사 출신의 박철완(32) 씨, 부산대(행정학과) 휴학 중인 김기현(25) 씨 등 세명이 창업 동지로 각각 잘하는 분야를 맡았다.

영어를 잘하는 朴씨는 해외무역 업무를, 법률에 밝은 김기현씨는 관리.특허 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김영용씨는 틈틈이 사업계획을 짜면서 오는 5월 전역하면 기획담당 이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부산대(화공학과) 를 나온 김창현(30) 씨도 조금 늦게 합류해 제품개발팀장으로 뛰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8명의 임직원들은 대학 은사의 성원까지 받아 신제품의 연무 효과가 종전 제품보다 두배 이상이라는 시험검사증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엔 이 제품의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제품 생산 업체도 인터넷을 뒤져 전국 2백여업체의 후보 명단을 파악했다. 상담을 벌인 결과 경남 양산, 충북 청주 두곳에서 값싸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줄 업체 두 곳을 찾았다. 오는 5월부터 스티로폴보다 환경 규제를 덜 받는 종이 용기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경남 김해에 연면적 5백20평 규모의 공장을 매입했다.

2중 뚜껑 포장용기의 단가는 8백원대. 보통 제품(5백~6백원) 보다 비싸지만 장점이 많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부산의 정항우 베이커리 체인을 비롯해 서울 하겐다즈 체인, 경기도 유통업체인 한림월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스티로폴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덜한 일본은 시장규모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 도움받을 곳은 많다〓芮사장은 드라이아이스 단순납품 사업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양 길을 걸어 99년 초에는 월 5백만원 손실을 보는 등 문을 닫을 지경이 됐다.

이때 우연히 알고 찾아간 곳이 부산 남부소상공인지원센터로 그의 사업에 큰 전기가 됐다. 99년 6, 7월 두달동안 이 센터의 전문 창업 상담사와 자원봉사 중인 공인회계사.세무사.벤처컨설팅회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간이 경영학석사(MBA) '' 과정에서 경영자로서 눈을 떴다.

芮사장은 "전문가들한테 대리점 사업의 회계장부를 정밀 진단받고 밤새워 실패 원인을 연구하면서 그동안 회사를 너무 엉성하게 꾸려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고 말했다. 가령 순수익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방법부터 틀렸다는 것. 아이디어 사업으로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받은 곳도 센터였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알선으로 3천만원의 부족한 창업자금 은행융자를 알선받은 일, 그 건물 9층에 있는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에서 제품 디자인 지원을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부산 남부소상공인지원센터의 서근우 상담사는 "작은 아이디어라도 네트워크와 속도를 갖추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 라고 평가했다.

회사 문의는 051-646-7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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